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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장의 비젼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2016. 12.30)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이 어떤 비젼을 지녔는가를 묻는 것과 같다.”



인디언이 이 대륙의 주인이었던 시절 이야기이다. 넓은 평원을 지배하는 한 강력한 인디언 부족의 대추장은 이제 늙고 병들어 자기의 명이 얼마 남지 않은 줄 알고 자기가 평소에 점찍어 두었던 젊은이 세 사람을 불렀다. 그 중 한 사람에게 대추장 자리를 물려주려는 것이다. 모두 다 전쟁터에서 이 대추장을 따라 용맹을 떨친 용사들이며, 모두 다 자기 부락의 추장들로서 대부족 전체를 잘 통솔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젊은이들인 것이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다 우수한 후보자들이라서 섣불리 어느 한 사람을 결정하는 경우 다른 두 젊은이들이 반발할 수도 있고 따라서 부족이 분열될 우려까지도 있는 것이다.

“내가 죽기 전에 너희들 중 한 사람으로 하여금 내 뒤를 잇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쇠약한 몸을 일으켜 천막 틈 사이를 벌려 멀리 보이는 산을 가르쳤다. 꼭대기 부분은 항상 눈으로 덮여있는 높고 험한 산이다. “저기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가서 내가 가장 만족할 만한 선물을 가져오너라. 내가 가장 만족할 만한 선물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이 대추장 자리를 물려주마.” 누구도 아직 가 본적이 없는 멀고도 험한 곳이지만 세 젊은 용사들은 각자 양식과 무기를 준비를 하고 길을 떠났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고 또 얼마가 지났다. 그 동안 대추장은 만년설에 덮여 있는 산이 보이는 쪽으로 병상을 옮기고 세 명의 용사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이윽고 한 용사가 매우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저는 산꼭대기 눈 밑에서 자라나는 진기한 이 풀을 캐어왔습니다. 아마 대추장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후 또 다른 젊은이가 돌아왔다. 이 역시 다치고 지친 몸이었지만 그의 손에는 처음 보는 광석이 들려 있었다. “저는 산꼭대기에서 돌보다 더 단단한 이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으로 도끼와 창을 만들면 돌보다 더 날카로운 날을 세울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또 몇 날이 지나고 마지막 젊은이가 돌아왔다. 이 역시 맹수에게 찢기었는지 부상을 당하고 지치고 굶주린 모습이었지만 그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너는 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느냐?” 대추장은 젊은이의 빈손을 보고 의아(疑訝)스럽게 물었다. “제가 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보니 다른 저쪽 편에 큰 강이 흐르고 있는 기름진 초원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들의 사냥감인 야생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부족 모두가 옮겨 살 곳을 발견하였습니다.” 순간 늙은 대추장의 표정은 환하게 빛났다. “네가 나의 후계자이다.”


다른 두 청년이 산정까지 올라가서 기껏 바라 본 것은 자기들의 바로 발밑이었고 찾은 것은 손으로 쥘 수 있는 풀과 광석 등 이였다. 그러나 마지막 청년이 산정에 올라가서 본 것은 산너머 저쪽에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이었고 민족이동의 큰 비젼이였다. 대추장은 그런 비젼이 있는 인물이 대부족을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새해에는 발밑에 있는 것에만 우리의 시야를 고정시키지 말자. 그리고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자. 그래서 사업이 힘들어도 조금만 더 참자. 세상 모든 일이 올라갔으면 내려 가고 내려갔으면 다시 올라가는 사이클(cycle)의 연속이다. 그래서 경기(景氣)란 바닥을 치면 올라가게 되어있어서 아마 지금 미국 경제 역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도중일 것이다. 두고 온 조국 대한민국도 지금 대통령 탄핵이라는 격심한 혼란 가운데 있지만 곧 바로 정상궤도에 올라 설 것이다. 그리고 無에서 有를 창조한 위대한 민족은 이것을 기회 삼아서 분명히 한단계 더 ‘업그래이드’ 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이제 두 밤만 지나면 새해를 맞는다. 피곤하고 지쳤던 한해의 여정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러나 저쪽 산너머 푸른 초원을 바라본 대추장 후계자의 비젼처럼, 우리에게 있어서도 더 크고 높고 넓은 새해의 비젼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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