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1 12:40
말더듬이 웅변가
말을 하는 것도 배워야한다. 경우에 따라서 적절한 단어을 사용하여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능력은 언제 어디서나 돋보이고 인정을 받는 ‘무형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로스앤젤스의 밸리 칼리지(Valley College)에서 Speech를 강의하는 두에인 스미스(Duane Smith) 교수는 과목 첫시간에 자기 반 수강을 신청한 학생 40명 모두 한사람씩 급우들 앞에 나와서 자기를 소개 하도록 하였다. 그런 다음 학생 모두에게 오늘 클라스 첫시간에 처음 만난 급우들 이름을 기억나는대로 종이에 쓰라고 하였다.
(수업 첫 시간에 처음 만난 급우들의 이름을 쓰라고?) 이것은 뜻밖의 주문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무의식 중에도 자기를 가장 잘 나타낸 사람들 이름을 떠올려 써 내려갔다. 그런데 대부분 셋 넷 많게는 다섯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딱 한 학생이 40여명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여 써 내려갔는데 안타갑게도 그 학생은 지독한 말더듬이였다.
수업이 끝난 다음 스미스 교수는 그 학생과 개인 면담을 하였다. 학생 이름은 마커스 힐(Marcus Hill), 7살에 다리를 크게 다친 후유증으로 말더듬이가 되었단다. 말더듬이가 되니까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고, 그래서 그런 스트레스로 긴장을 더 하니까 혀가 더 굳어져서 말을 더욱 심하게 더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더듬이가 첫 수업시간에 40명의 급우 이름을 다 외웠다? 그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스미스 교수는 이 말더듬이 학생에게서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잘 훈련시키면 뭐가 되겠구나!
“자네, 전국웅변대회에 한번 나가볼래?” “네?” 자신이 없다는 말더듬이 마커스를 교수는 억지로 떠밀며 격려를 하였다. 마커스는 자기는 할 수 없다는 말만 계속하였으나 교수는 “입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웅변을 할 수 있다”고 격려하였다. 스미스 교수는 그에게 먼저 자신감부터 회복하도록 한 문장만 반복하여 말하는 훈련을 했다. 그것은 “나는 우승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 I am here to win the gold!”
처음에는 그 짧은 한 문장도 제대로 말이 되지않아서 “데데..에에..” 뒤죽박죽이 되었으나 연습을 반복하니까 어느정도 매끄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 조금 더 긴 문장. 그리고 거기서 더 긴 문장. 그렇게 하면서도 발음, 말하는 속도, 목소리의 높 낮음, 호흡, 호감을 줄 수 있는 목소리를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힐은 점점 더 웅변가가 되어갔다.
마침내 말더듬이 학생 마커스 힐은 전국 74개 Community College에서온 450명 경쟁자들이 참여한 웅변대회 당당히 출전하였다. 그리고 무대에 선 그 첫 마디가 “I am here to win the Gold” 였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청중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마커스는 “나는 지독한 말더듬이 였습니다”로 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말더듬이를 극복한 얘기를 감동적으로 얘기했다. “나의 선생님이 내가 모르는 나의 숨은 능력을 발견하셨습니다. 선생님은 나에게 자신감부터 갖게하였습니다. 나는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나를 극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을 맻었다. “나는 나를 믿습니다. 나는 할 수 있습니다.”
몇 년전 어느 신문에서 읽었던 위의 에피소드를 떠 올린 것은 지난 4월 29일 평통주최 웅변대회 때였다. 내가 심사 위원장을 맡아 심사기준을 설명하려고 단에 올랐는데,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 그리고 자녀들을 응원하려 온 많은 학부형들을 보고 나는 이미 준비했던 심사기준 메모를 접고 위의 말더듬이 에피소드부터 말씀드린 것이다.
하나님이 이 세상에 한 생명을 보내신 것은 그 생명을 통해 이루시고저 하는 어떤 선한 목적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각자에게 그 생명만 할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능력을 주신 것이다. “누가 압니까? 이 안에 오바마가 있는지, 아님 스티브 잡스가 있는지? 어떤 능력이건,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서 격려하고 키워주는 것이 바로 교육이 아닌가 합니다.”
말더듬이 었던 마커스 힐은 2008년 일리노이 주 세인트 촬스에 열렸던 전국 대학생 웅변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그의 선전에 힘입어 밸리 칼리지 웅변부도 단체 우승을 하였다. 마커스 힐은 그 후 Law School 에 진학하여 지금 LA 에서 꽤 알려진 변호사가 되어있고, 두에인 스미스 교수는 밸리 칼리지의 석좌교수가 된 다음 지금도 밸리 칼리지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에서 스피치를 강의하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홈페이지를 2020년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 Master | 2020.01.27 | 7113 |
97 | 참을 인(忍)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7.07.27 | 4819 |
96 | 김희봉의 글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7.06.15 | 4946 |
» | 말더듬이 웅변가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7.06.01 | 4995 |
94 | 죠지 슐쯔(George Schultz) | wind | 2017.05.18 | 5436 |
93 | 스마일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7.05.05 | 5064 |
92 | 다시 읽는 한비자(韓非子) | wind | 2017.01.19 | 6070 |
91 | 대추장의 비젼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12.30 | 5341 |
90 | 로고테라피 (Logotherapy)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11.03 | 5919 |
89 | 절망에서 희망으로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10.20 | 6265 |
88 | 내 연기가 어땠어?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10.06 | 6290 |
87 | 영조의 인생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9.24 | 5565 |
86 | 알렉산더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8.27 | 6404 |
85 | 알렉산더의 결단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8.12 | 5825 |
84 | 북벌 (北伐)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7.28 | 5834 |
83 | 별을 바라본다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7.15 | 5948 |
82 | 나의 퓨짓 사운드(Puget Sound)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6.30 | 6254 |
81 | 엘도라도의 꿈 (에필로그)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6.17 | 6687 |
80 | 엘도라도의 꿈 (4)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6.09 | 5974 |
79 | 엘도라도의 꿈 (3)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wind | 2016.05.20 | 82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