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보내면서…

지금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묵상하며 경건에 더욱 힘쓰는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는 아주 의미있는 숫자입니다.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시험 받으셨고, 모세는 40일간 시내산에서 지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40년간의 광야생활을 했고, 예수님은 죽음에서 부활한 시간이 3일이지만, 약 40시간이셨습니다. 또한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을 이 땅에서 지내셨습니다. 한마디로 ‘40’의 숫자는 <고난과 갱신, 회복>의 뜻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사순절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그 기준은 부활주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부활주일은 해마다 조금씩 변경되는데, 초대교회에는 음력을 지키는 교회가 있었는데, 그들의 상황도 고려해서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하기를 <춘분 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뒤 다가오는 주일>로 정했습니다. 춘분은 24절기 중의 하나로 하루에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입니다. 올해는 3월 20일이 춘분입니다. 이후에 첫 보름달이 뜨고 처음 주일이 바로 3월 31일(주일)됩니다. 이런 식으로 부활주일을 따지면 매년 빠르면 3월 22일에서 늦으면 4월 25일이 됩니다.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기 때문에 이 부활절을 기준으로 앞의 40일(주일은 제외합니다)은 사순절로 주님의 십자가의 고난과 희생, 헌신, 죽음 등을 묵상하며 경건에 힘을 씁니다. 또한 부활절을 뒤로 50일 후(주일을 포함합니다)에는 성령강림주일로 지킵니다. 부활의 기쁨과 감사를 기억하며 성령의 유익을 묵상하는 시간입니다. 부활절을 중심으로 전에는 사순절, 후에는 성령강림절이 있습니다.

이렇듯 사순절은 부활주일을 기준(주일 제외)으로 40일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순절의 첫날은 항상 수요일에 시작하게 됩니다. 이날을 특별히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라고 하는데, 구교에서 이 날에는 ‘금식이나 금육’ 즉 고기를 안 먹는 날로 지키기도 했습니다. ‘재’라는 것은 특별한 의미로 ‘죽음과 슬픔, 속죄’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민수기 19장에 보면 재는 죄를 씻는 정화의 상징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욥기’에서도 ‘욥’이 하나님의 시련 앞에서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잿더미 위에 앉았습니다. 이러한 의식을 초대교회는 전통으로 이어받아서 <재의 수요일>이 되면 사제들이 신자들 머리 위에 재를 뿌린다든지, 이마에 숫가루를 바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회개를 강조하며 인생의 무상함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한낱 인생이 이처럼 먼지와 재로 사라져 감을 깨달음으로 무상한 인생을 보다 올바르고 가치 있게 살도록 각성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순절을 영어로 렌트(Lent)라고 하는데, ‘느리다’ 란 뜻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목표지향적으로 바쁘고 빠르게 살아왔다면, 잠깐 멈춰서 나를 살피고 주변을 살피는 ‘기다림’을 갖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시고, 무덤에 머물러 부활할 때까지 기다렸듯이, 부활의 몸으로 변화될 것을 바라보며, 내가 포기하고 죽어야 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고, 새롭고 고침을 받는 경건의 시간이 바로 사순절 기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