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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정신 -김정수 칼럼-

2014.09.20 13:39

wind 조회 수:4998

 나의 본적지 평안북도 신의주는 원래 조선시대 행정구역으로 의주부(義州府) 속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는 나에게 의주 상인 임상옥 일화를 많이 얘기해주셨다. 청국 상인들의 인삼 불매 동맹을 과감하게 깨고 원가의 수십배 이익을 남겼다는 통쾌한 얘기하며 흉년이 들었을때 많은 사람들을 구휼했고.. 나중에 자기한테 빚진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빚을 탕감해주고 금덩이까지 주어서 보냈다던가하는 얘기는 내가 어렸을적에 아버지로부터 듣던 Bed time story 였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를 읽으며 나는  아버지한테서 들은 임상옥의 얘기를 재미있게 기억했다그러나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다. 그래서 임상옥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역사기록이나 문헌에 있는지를 찾아봤는데 순조 실록에 한번 임상옥의 이름이 나올 국사인명사전에 조차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그나마도 "임상옥 같은 비천한 상인를 구성부사(龜城府使) 임용하는 것은 옳지않다" 비변사(備邊使) 논척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구한말의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이였던 호암 문일평(文一平) 선생(1888-1939) 그의 호암전집(湖巖全集) 자신의 동향 사람인 임상옥에 대한 짧은 실록과 만시(晩詩) 수를 남긴것이 있다그것을 바탕으로 작가 최인호는 장장 5권의 대하소설을 엮어 냈으니 참으로 대단한 입심이고 상상력이다.

 

문일평 선생의 평전에 의하면 임상옥(1779-1855) 본관은 전주, 호는 가포(稼圃), 자는 경약(景若). 평안도 의주에서 4대째 상업에 종사하던 장사꾼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임봉핵은 중국 연경을 드나들며 인삼 행상을 했는데 무었이 못되어 빚을 지고 임상옥이 어렸을 죽었다.

 

그래서 어린 임상옥은 아버지가 남긴 빚을 대신해서 어느 의주 상인의 가게 점원으로 일을 했는데 워낙 사람이 유능하고 성실해서 주인의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주인은 임상옥에게 인삼 상단에 끼어 중국에 가게했는데 중국에 가서도 장사를 해서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돌아 오는 길에 어느 사형수를 구하느라고 가진 종자돈까지 써서 의주 상계(商界)에서 파문을 당했다고한다.

 

그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세상을 떠돌다가 제주 상인 김만덕을 만나 재기에 성공했는데  임상옥은 자신이 구해준 사형수가 누구였는지, 제주 상인 김만덕이 누구였고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 자세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임상옥이 살린 사형수가 소설처럼 나중에 어떻게 은혜를 보답했다는 얘기 역시 전해지지 않는다그리고 임상옥의 재기를 도왔던 제주 상인 김만덕도 사건과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고 보면 임상옥은 천하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을 거기에 그아무런 조건이나 바램이 없었던 것을 있다

 

임상옥은 국가에서 정한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라에 기근이 생기면 곡식을 풀어서 백성중 기아자가 생기지 않도록 도왔고, 나라에 천재지변을 있었을 막대한 재물로 수재민을 구제하였다. 이러한 공로로 1832(순조 32) 곽산군수(郭山郡守) 되었고 1835 구성부사(龜城府使) 발탁이 되었으나 앞서 말한 비변사의 논척을 받고 사퇴하였다. 그리고 59세가 되던 1837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빈민구제와 시주(詩酒) 여생을 보내다가 1855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임상옥은 시재(詩才) 뛰어나서 문집으로는 가포집(稼圃集) 적중일기(寂中日記) 남겼다.

 

오늘날에 사는 우리가 200 상업인 임상옥을 재조명하는 것은 그의 상업관 때문이다. 장사라는 것은 재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 재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 그러한 상업관으로 임상옥은 많은 재물을 풀어서 오랜 기근에 시달리고, 향반과 지주에게서 착취당하고, 부패한 조정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는 나라의 많은 양민들을 구휼하였다. "돈을 벌었으나 돈에 집착하지 않았고, 명예를 얻었으나 명예를 누리지 않았고, 풍류를 즐겼으나 쾌락에 탐닉하지 않았다." 문일평 선생의 상인 임상옥에대한 평가이다.

 

임상옥은 자신의 문집인 가포집(稼圃集)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財上平如水), 사람은 바르기를 저울같다(人中直似衡)라는 시를 남겼다좀더 뜻을 새기자면 "세상의 물이 내것이 아니고 누구의 것이 아닌것처럼 나에게 들어온 재물도 내것이 아니며 또한 누구의 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가진 재물은 다른 사람한테 가기 전에 잠시 내가 맡아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저울 위에 서있는 것과 같다. 바르고 공정해라. 모든 상업 거래를 정도(正道) 입각하여 해라." 그런 의미이다.

 

말년에 임상옥은 자신에게 빚진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 빚을 탕감해주고 적지 않은 돈까지 주어서 보냈다고한다. 측근들이 너무 황당해하자 임사옥은 자족自足이야말로 최고의 상도(商道)임을 역설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차피 빚이라는 것도 물에 불과한 것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 갚을 빚이라 하겠는가. 그들이 없었다면 또한 상인으로 성공을 거둘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내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큰 욕심은 무소유(無所有), 그리고 가장 큰 만족은 자족(自足)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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