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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웰치 (1)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2015.10.01 14:48

wind 조회 수:4579

잭 웰치


 

(Jack Welch 1935-)


1997년 겨울로 기억한다. 필자는 어느날 당시 총영사관의 공보관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소개를 받은 사람이 언론인 조갑제이다. 조 기자는 하버드 대학 옌칭(燕京) 연구소에서 1년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린 것이다.

공보관(죄송하지만 이를을 잊었다)과 손님 조갑제, 당시 한국일보에 글을 쓰던 이재상, 그리고 중앙일보에 글을 쓰던 필자, 이렇게 넷이 함께한 단촐한 자리였다. 그날 좋은 음식과 함께 넉넉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필자가 “하버드 옌칭에서 뭘 연구했냐”고 물으니까 조 기자는 징기스칸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GE 회장 잭 웰치가 징기스칸에 대한 대단한 연구가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한다. “그래요?” 참으로 흥미있는 얘기였다. 미국 최대의 제조업체 제너랄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회장이 몽고의 징기스칸에 대한 대단한 연구가라는 점이 신기했던 것이다.



조갑제씨의 얘기는 이어졌다. “징기스칸 당시의 몽고 인구는 백만, 징기스칸이 정복했던 지역의 인구는 일억이었습니다.(요즘 연구에서는 정복된 인구가 2억명이란다). 잭 웰치는 이런 일당백(一當百)의 에너지가 어디서 나왔지에 흥미를 갖이고 연구한 것입니다. 연구에서 잭 웰치는 한 결론을 내렸지요. ‘거기에는 세개의 S 가 있었구나’ 하는 것이였습니다. 그 셋이 바로 SIMPLICITY(단순성), SPEED(속도), 그리고 SELF ESTEEM (자긍심)이었습니다.”

어수선한 대중식당이라서 깊은 얘기를 오래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 필자에게는 큰 관심사가 하나 생겼다. 잭 웰치는 초원의 유목민 징기스칸에게 무엇을 배웠을까? 그것을 현대 기업운영에 어떻게 적용했을까?

징기스칸은 속도를 장악하는 쪽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인물이다. 전투력(E)는 병력규모(M)에 비례하고 속도(C)의 제곱에 비례한다. E=mc2 이라는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원리는 이미800년전 징기스칸의 몽고군에 의해 사용되어 실증된 이론이다.

징기스칸은 각 부족이 가진 군대를 와해시키고 이들을 통합해서10진법 단위로 해서 새롭게 군을 편성하였다. 소대는10명, 중대는 100명, 대대는 1000명, 사단은10,000명이다. 전원이 기병(騎兵)으로 전투요원인데 병사 하나가 말 대여섯 필 씩 끌고 다니면서 자신의 보급품은 자기 말에 싣고 다니며 해결했다. 목마르면 말 젖을 마시고 배고프면 고기 말린 것을 씹었고 바쁠 때에는 말위에서 잠도 잤다. 몽고군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동력에 최상의 전투능력을 지닌 소박하고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군사조직이었다.


(가벼운 군장의 몽고 기병)


그 당시의 다른 나라들의 병력 이동속도는 하루에 30리, 그것을 일사(一舍)라고 한다. 통상 보병이 군대의 주력이니 만큼 기병도 보병의 행군속도에 맞추어야 했고, 그 뒤에 보급 부대가 따라야 하고, 최소한의 휴식시간인 식사시간에 숙영지를 구축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등을 고려하면 하루에 30리가 정상적인 이동속도였다. 그런데 작전중의 몽고군 이동은 그보다 10배가 빠른 하루에 250리에서 300리였단다. 우선 기동력에서 적군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1237년 징기스칸의 손자 바투가 러시아를 공격할 때는 하루에400리를 이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참고로 2차 대전에서 전격(電擊)작전으로 독일군의 기계화 부대가 소련을 공격할 때의 진격 속도가 하루 100리 좀 넘었다.

(기동력은 바로 전력이다)

징기스칸은 혈연이나 신분에 의해서 지배되었던 몽고사회에 법치(法治)를 정착시켰다. 몽고제국의 성문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에케 야사크>는 36개 조항의 간단한 규율이었다. 이것을 어기면 가혹한 형벌을 내렸지만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통치지역의 각 나라가 나름대로의 고유전통에 따르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리고 각기 다른 종교를 존중하는 한편 상인들의 자유로운 상거래를 보장하였다. 사람을 쓸 때 혈연이나 지연을 무시하고 오직 능력에 따라 등용하고 공적에 따라 그 지위를 높여 주었다.

전쟁을 할 때도 징기스칸은 포로된 기술자는 죽이지 않고 오히려 우대하여 과학기술 발전과 전략개발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리고 포로이건, 타국인이건, 양반이건, 쌍놈이건, 출신과 신분에 관계없이 일단 지혜롭고 재주있는 인재를 얻으면 믿고 중임을 맡겼다. 징기스칸은 한때 적진의 참모였던 야율초재를 삼고초려하여 초치하고 중요한 모든 결정을 그와 함께 의논하였다.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징기스칸에게는 야율초재가 있었던 것이다.

(유연한 공격과 방어)


그렇다면 잭 웰치는 징기스칸 몽고군의 특징과 장점을 어떻게 GE에 접목시켜서 경영혁신을 이루었을까? 지식이 지배하는 글로발경제, 인터넷의 열린사회에 사는 우리가 징기스칸으로부터 배울 것은 무엇인가? 변화와 혁신은 어디서 오는가?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끈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같은 몽고 계열로 돌궐의 명장이었던 톤유쿠크가 오늘에 사는 우리에게 주는 말이다. 그렇다. 현실에 안주하면 망한다. 기술혁신과 시장개척을 계속 추구하고 자기개발과 도전에 게을리 하지 않는 자만이 오늘날의 경쟁사회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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