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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실린 맨 -김정수 칼럼-

2015.07.28 04:44

wind 조회 수:4578

페실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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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r Alexander Fleming: 1881-1955)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런던에서 여름 휴가를 온 한 소년이 강가에서 물장난을 하다가 그만 점점 깊은 곳에 들어가서 허우적거리게 되었다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두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낼 정도로 수영에 익숙치가 않아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마침 집안 심부름을 가던 어떤 가냘픈 몸매의 소년이 이것을 보고 강물에 용감하게 뛰어들어서 익사직전의 소년을 건져내었다자기보다 더 큰 소년을 힘겹게 구출하고서 물에 젖은 자기 옷을 대강 쥐어짜고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데 마침 곁에서 보고 있던 물에 빠졌던 소년의 할아버지가 주머니에서 금화를 몇 개 꺼내어 이 용감한 소년에게 감사를 표하였다그런데 이 소년은 한사코 사양을 하면서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기특하게 생각한 할아버지는 사람을 시켜서 그 소년이 사는 곳과 가정 형편을 알아보았다소년은 소작농을 하는 농부의 8남매 중 막내인데 얼마 전 아버지가 별세한 후 홀어머니가 어렵게 생활을 꾸려 간다고 했다그리고 소년은 전교 수석일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데 가정 형편상 도저히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공부를 더 못 시키고 이런 시골에서 썩히기에는 정말 아까운 아이이지요” 동네사람의 말이다할아버지는 저녁 무렵 목숨을 구한 손자를 앞세우고 소년의 집을 찾았다“우리 손자의 목숨을 구하여 주어서 어떻게 감사를 해야할지?” 할아버지가 정중하게 인사하자 자초지종을 들은 어머니는 오히려 계면쩍게 대답하였다“저희 아이는 당연히 할 일을 하였습니다그만한 일로 어른을 이곳까지 오시게 해서 오히려 송구스럽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눈매가 초롱초롱한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내가 여기에 오기 전에 이 아이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내가 이 아이의 교육을 후원하면 어떨까요?” 그러실 것까지 없다고 극구 사양하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할아버지는 아이의 스폰서가 되기로 한다그 할아버지는 당시 백만장자인 처칠 공작(公爵)이고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손자의 이름은 윈스턴 처칠이라고 하였다.

 

가난한 소년은 돈 많은 공작님의 후원에 덕 입어 그렇게도 소원하던 상급학교인 킬마녹 (Kilmarnock) 아카데미에 진학하고 그 다음 명문 의과 대학인 런던 대학의 Saint Mary's Hospital Medical School에서 수학한 다음 모교에서 연구 교수로 봉직하였다그리고 교수로 재직하면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는데 특히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인류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공헌이었다. 1945년 의학 부분에서 노벨상을 받은 알렉산더 후레밍(Sir Alexander Fleming) 박사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 막바지일 때“내가 국민에게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땀과 눈물”이라면서 패전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영국국민에게 힘을 불어넣으며 나치스와 대항하던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폐렴에 걸려서 거의 생사기로를 헤멘적이 있었다당시 세계의 모든 이목이 처칠 수상의 병상에 집중되어있었는데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처칠 수상이 죽기라도 한다면 연합군의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었다이 때 후레밍 박사는 개발한지 얼마 되지 않은 페니실린으로 처칠 수상의 생명을 다시 한번 구한다.

 

사람이 한평생 만나는 사람들과 모두 좋은 인연을 맺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축복에 속한다심부름을 가던 소년 후레밍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처칠을 그냥 두고 지나쳤더라면 아마 영국이 낳은 대 정치가 처칠은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할아버지 처칠 공작이 싹수가 보이는 가난한 소년의 교육을 돕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소년 후레밍은 스코틀랜드 한적한 시골의 소작농으로 늙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그 후로도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 의약품을 모른 채 죽어갔을까?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가 행하는 자그만 선행이 나중에는 그 보다 훨씬 더 큰 보답으로 그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많이 보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이 왜 사느냐”하는 물음에는 대답이 궁할 지라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는 물음에는 “이렇게 살아야 되기 않겠는가”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른다.후레밍의 전기 “THE PENICILLIN MAN"을 읽으며 좋은 씨앗을 뿌리는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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