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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 -김정수 칼럼-

2014.05.28 14:37

wind 조회 수:7217

1992년 2월 동부 뉴욕에서 출판되는 주간지 RECORD에는 파라무스라는 조그만 마을 종합병원에서 20년 동안이나 환자로 입원중인 조이스 아킨스(Joyce Akins: 당시 43세)라는 여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소개되어있다.


아킨스 여인은 2살, 3살, 4살의 연년생 세 자녀를 둔 젊은 엄마였는데 어느 날 아이들을 태우고 시장에 다녀오다가 사거리 길에서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려온 트럭에 받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별로 다치지 않았고, 그 대신 운전하던 엄마만 중상을 입어서 한 동안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의식을 회복하였는데, 의식을 찾은 다음에도 목 하나만 겨우 움직일 수 있을 뿐 그 아래는 온 몸이 마비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신체 장애자가 되었다. 그 후 20년 동안이나 아킨스 여인은 병원에 입원되어 장기 치료를 받는다. 말이 20년이지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이 아닌가? 하루가 머다하고 자녀들을 앞세워 문병을 오던 남편은 그 동안 다른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였고, 딸의 뜻밖의 불행에 눈에서 눈물이 마를 새 없었던 친정 부모님은 그 사이 다 돌아가셨다. 그리고 의붓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는 집에서, 외삼촌 집에서 그리고 포스터 홈으로 전전하던 아이들은 모두가 다 잘 자라서 제 각기 직장으로 결혼으로 먼 곳으로 떠났다.


차라리 식물인간인체 이런 것 저런 것 다 몰랐다면 좋으련만 몸만 움직일 수 없을 뿐 정신은 말짱한 전신마비 환자이다. 아킨스 여인은 언제부터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리는 수채화 그림이다. 붓을 떨어트리면 간호원이 와서 집어줄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하고, 물감을 침대에 엎지르고 젖은 이불로 밤을 새우기도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창밖에 계절이 바뀌는 풍경도 그리고, 병실을 찾아주는 친구들 초상화도 그려주고, 세계적인 명화의 모조 그림도 그렸다. 아킨스 여인의 병실에 걸렸던 그림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병원 복도에 걸리기 시작하고 그런 그림이 어쩌다가 팔리기도 하면서 아킨스 부인은 조금 씩 수입이 생긴다. 그러면 그 돈을 일년 내내 모았다가 크리스마스가 되면 무의탁 환자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고 그리고 교회에 헌금하여 구제비용으로 쓰이도록 하였다.


기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도 아킨스 여인은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교회 가는 길”이라고 나중에 제목 된 수채화 그림이다. 젊은 부부가 아이들 셋을 데리고 교회를 가는데 큰 아이와 작은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걷고있고 돌이나 지났음직한 어린아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아빠가 밀고 있다. 모두가 다 밝고 행복한 표정에 발걸음도 가볍다. 마치 교회의 종소리가 그림에서 들리는 듯한 광경이다.


기자가 아킨스 여인에게 불의의 사고로 인한 이 엄청난 불운을 조심스럽게 위로했다. 그러자 뜻밖에도 당사자는 “나는 이 사고가 하나님의 은혜인줄 압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 사고로 인하여 20년 동안 입원되어 있는 동안 진심으로 하나님을 찾아 섬기고 의지하게 된 것, 그리고 자신도 몰랐던 미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 그림을 팔아서 남을 도울 수 있게된 것”이런 것들이야말로 참으로 엄청난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재난을 당하는 수가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신체를 손상 당할 수 도 있고, 천직으로 알던 직장을 잃을 수 도 있고, 수십 년을 공들였던 사업을 날리는 수 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심각한 재난이라 한들 아킨스 여인의 사고에 비할까? 그러나 아킨스 여인은 그러한 시련 속에서도 감사의 조건을 찾은 것이다.


아킨스 여인을 취재하였던 기자는 복도에 전시된 그림을 다시 한번 다 둘러보고 짤막한 소감을 취재기에 적어 넣었다. “부드러운 선, 안정이 되어있는 구도, 그리고 밝은 색상...참으로 따뜻한 그림들이다.” 사물을 “어떻게 보는가” 하는 것은 사람 사람마다 인격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바라보는가”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 신앙에 관한 사항이다. 우리가 눈을 들어 위를 바라보고 좌우를 살피면 주위에 흩어진 감사의 조건이 그렇게도 많을 텐데 우리는 그것을 못보고 다만 스쳐서 지나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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