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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김정수 칼럼-

2014.06.30 12:31

wind 조회 수:6657

프랑스 사람 베르나르 베르베르(BENARD WERBER)는 평생을 개미에 매료되어 개미 연구에만 몰두한 개미 박사이다. 1992년에 출판한 그의 “개미(LES FOURMIS)”는 작가가 개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개미의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겨울잠에서 깨어난 주인공 숫 개미 한 마리가 28명의 동료 병정개미들과 함께 식량 탐사 길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탐사 도중 수 개미는 자기가 잠시 일행과 떨어져 있던 사이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하여 동료 전원이 몰살당하였음을 알게 된다. 수 개미는 이것을 적대 종족인 난쟁이 개미들의 짓으로 추정하지만, 아무런 전투 흔적이 없이 병정개미들이 일거에 몰살당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질 않는다...그렇다면 난쟁이 개미족들은 어떤 신무기를 발명했다는 것인가? .. 개미는 더듬이를 진동을 시켜서 주위에 떠도는 미세한 발산물을 感知한다. 진동수를 초당 500회에서 1000, 2000, 5000으로 증가 시켜본다...


숫 개미가 속한 벨로캉이라는 개미 나라의 지표 면적은 2평방미터에 높이 1미터 밖에는 안되나, 지하 50층, 지상에 50층, 거주 인구 1,800만의 강력한 여왕 군주국이다. 그 주변에는 같은 불개미 종족의 64개의 도시국가와 서로 연방국을 형성하여 기근이 들었을 때나 전쟁이 벌어졌을 때 굳게 서로 연대하여 대응한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상상한 가공의 세계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읽는 이의 실감을 자아내는 이유는 개미를 둘러싼 곤충 세계의 묘사가 대부분 작가가 관찰한 바, 사실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작품 속에서 개미들은 페르몬이라는 일종의 호르몬 냄새로 대화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인간이 어떤 두려움이나 즐거움, 또는 분노를 느끼면 내분비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인간의 몸 내부에만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개미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게되면 호르몬이 몸 내부에서 순환할 뿐만 아니라 몸밖으로 나가서 다른 개미들의 몸으로 들어간다. 몸밖으로 나가는 호르몬이 바로 페르몬인데, 이것 때문에 개미들은 한 마리가 위험을 감지하거나 공격성을 띄게 되면 수 만 마리가 동시에 같은 상태로 되는 것이다. 또한 더듬이로 의사를 완전히 소통하는 방법도 있다. 즉, 한 쪽 몸의 뇌신경을 다른 한 쪽의 뇌신경과 교류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의 관념을 언어라는 부호로 만들어 표현하면, 상대방에서 이를 듣고 해독하여 이해한다. 그러나 개미의 경우, 관념들이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미지 그대로 전달된다.


작품에는 또한 개미의 화학 정보실도 소개한다. 마치 인간이 컴퓨터 칩이라는 화학 물질 속에 자료를 정리하여 저장하는 것처럼 개미는 페르몬이라는 화학 물질에 수 백가지 주제로 정리된 후각 정보를 저장한다. 동식물에 대한 정보, 근방 지리에 관한 정보, 적성 개미국에 관한 정보, 개미의 천적에 대한 정보 등이다. 작품 속의 인간 주인공인 웰즈 박사가 질량 분광계와 착색 판을 이용하여 개미들이 의사를 소통할 때 발산되는 냄새 분자를 화학적으로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개미와의 대화를 시도하는데 이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작가의 착상이 아닌가 한다.


개미는 사람들 보다 더 엄격한 사회 조직을 가지고 있다. 일 만 하는 일 개미는 눈이 없고 생식기능이 없다. 한눈 파는 일없이 오직 일만 하기 위해서이다. 생식 개미는 사랑하고 생식하는 일만 한다. 그러나 수컷은 단 한번의 사랑으로 생을 마감하고, 여왕개미는 한번의 사랑의 축제 후에는 평생을 두고 알을 생산할 책임을 맡는다. 그리고 알이 부화하기까지 알을 간수하고 돌보아 주는 유모 개미가 있고, 진드기만 돌보는 목축 담당 개미가 있으며, 또, 놀라운 얘기이지만 버섯을 재배하는 농사 개미가 있다. 개미는 또한 공격용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사회성 곤충이다. 꿀벌들도 군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임무는 자기의 둥지를 방어하거나 둥지에서 멀리 나간 일꾼들을 보호하는 것이 고작 이지만 개미는 영토확장을 위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도 병력을 사용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하면 진 쪽의 일 개미들을 포로로 잡아와서 노예로 부리기도 한다.


인간은 지난 수 천년 동안 지구라는 땅 덩어리의 주인으로 행세하여 왔지만 과연 인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지구의 주인일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든다. 인간이 달나라를 여행하고, 로켓트를 목성에까지 쏘아 올려 우주를 탐사하지만, 정작 자기가 딛고 있는 땅의 한 치 밑의 세계에는 너무도 무식하다. 개미의 저자 베르베르는 이 지구상에서 문명을 가진 종류의 생명체로 인간과 개미를 자신 있게 꼽고 있다. 똑딱똑딱 하는 몇 초 동안에 40명의 인간이 태어나고 30명이 죽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개미는 7억 마리가 태어나서 5억 마리가 죽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개미라는 곤충을 너무 과소 평가하지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는 1992년 프랑스 科學과 未來學會가 주는 그랑프리와 팔리시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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