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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으로 돌아간다 -김정수 칼럼-

2014.06.17 12:22

wind 조회 수:162670

경제전문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Wall Street Journal)의 기자로 7년간 IBM을 취재하였던 폴 캐럴(Paul Carroll)이 “IBM의 몰락(Big Blues - The Unmaking of IBM, 1993)”이라는 책을 썼다.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일년 매출액 7백 20억 달러(대한민국 예산보다 90억 달러가 더 많다)의 세계최대 컴퓨터 제조회사는 이제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 시장은 분명히 소형 컴퓨터 쪽으로 가고 있는데 경영층은 대형 컴퓨터 쪽만 고집하고있고, 부가가치는 소프트웨어(Software) 쪽이 훨씬 더 커지고 있는데도 Main Frame위주의 하드웨어(Hardware) 쪽에만 집착하고 있다. 오만과 독선으로 귀머거리 장님이 된 IBM 경영층은 업계의 흐름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고객들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에는 아주 둔감해진 채 수 십억 달러의 연구개발비를 정작 필요한 곳에는 쓰지 않고 전혀 엉뚱한 곳에 쏟아 넣는다. 그러는 동안 콤팩(COMPAQ)에게 밀리고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에게 PC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는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1990년도에 들어서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IBM은 40만 명이 넘던 종업원을 26만 명으로 감축시키면서 조직을 개편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등, 재기에 몸부림쳤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1992년 한 해 예상 흑자는 40억 달러였으나 연말 결산시 뚜껑을 열어보니 적자가 50억 달러, 1993년 3월 IBM 이사회는 새로운 경영자를 외부에서 초빙하도록 결정한다. 루이스 거스너(Louis V. Gerstner Jr.)가 그 사람이다.


거스너 회장이 취임할 당시 IBM의 누계적자는 160억 달러, 매년 계속되는 감원으로 종업원들의 사기는 땅에까지 떨어졌고, 무분별하게 벌려진 각종 프로젝트는 거미줄처럼 얽혀진 채 누구 책임질 사람 하나 없이 회장의 결심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다가 신임회장 거스너는 컴퓨터에 대해서 별로 모르는 사람이니 당시의 IBM은 누가 봐도 한심한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 경영인의 능력은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거스너 회장은 IBM이 이렇게 고전하고있는 원인을 기술개발이나 시장조사를 등한히 하였다느니 하는 그런 차원에서가 아니라 고객의 요구에 민감하게 부응하지 못한 대기업의 오만함에서 찾았다. 영업을 하려면 먼저 고객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하는 것들을 먼저 생각해야 할텐데 그 동안 IBM은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영업을 위한 영업만을 하였고, 그러다 보니 고객을 잃고 영업 마저 잃었다는 것으로 문제를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거스너 회장은 “고객과 만나서 얘기해야한다” 즉, “철저한 고객위주”의 기업정신으로 되돌아간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이에 충실히 한다. 회장 취임이후 3년 동안 거스너 회장이 비행기를 타고 출장한 회수만 542회, 거리로는 40만 8천 마일이다. 그리고 자기 근무의 40%를 고객과 만나는데 할애하면서 IBM을 초우량 기업으로 우뚝 다시 세운다.


거스너 회장 일행이 1995년 12월 Procter & Gamble사를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참으로 따듯한 환영을 받았다. 그것도 그럴 것이 Procter & Gamble사는 IBM의 최대고객 중 하나면서도 IBM회장의 몸소 방문을 지난 몇 십 년 동안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Procter의 한 중역이 “인터넷 같은 최첨단 정보통신 방법이 우리 영업에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더욱 더 개발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는데, 그 후로 몇 일이 지나지 않아서 Procter의 회장은 거스너 회장의 전화를 받는다. “I'll bring my management team out" 인터넷 같은 정보통신이 귀사에 잘 활용될 수 있도록 IBM 경영팀을 보내서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Procter의 Pepper회장은 그 전화를 받고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고 회상하였다.


고객들이란 살아서 움직이며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때문에 고객은 자기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위해주는 만큼만 기업을 사랑할 뿐, 오만한 기업이나 자기 이윤만 챙기겠다는 기업은 절대로 가까이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경우 영업을 하면서도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잊고 있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거스너 회장이 IBM을 기사회생(起死回生) 시킨 성공담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제가 꼬여갈 때, 영업이 자꾸 부진하여질 때, 그 때는 영업의 기본인 고객의 입장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한번 시작한다는 그의 어프로치를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거너스 회장을 보고 경영의 천재라고 한다. 그러나 천재란 하늘에서 떨어진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뻔히 보면서도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던 ‘기존의’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도 천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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