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자의 스트레스 -김정수 칼럼-

프랑스 낭시 대학 ‘행동 생물학 연구소’의 디디에 드조르라는 연구원은 생쥐를 상대로 한 실험을 하였다. 쥐들이 물에 어떻게 적응하는 것인가를 보려고 우선 쥐 여섯 마리를 실험실 우리 안에 넣었다. 그런데 그 실험실 우리라는 것이 좀 특수하게 생긴 것이라서 쥐가 있는 곳과 먹이가 있는 사료통이 있는 사이에는 수영장 같이 물로 채워진 공간이 있어서 쥐들이 이곳을 헤엄쳐 건너가야지만 먹이를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실험자는 원래 실험 목적으로 보아서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이 여섯 마리의 쥐들이 모두 다 헤엄을 쳐서 먹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쥐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자기는 애써 수영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다른 쥐들이 가져온 먹이를 빼앗아 먹는 쥐가 두 마리, 헤엄을 쳐서 먹이를 가져오고도 빼앗기는 ‘억울한’ 쥐가 두 마리였고, 헤엄을 치고 먹이를 가져와서 빼앗기지 않는 ‘독립’ 쥐가 한 마리, 그리고 헤엄도 치지 않고 먹이를 빼앗지도 못하는 ‘못난’ 쥐가 한 마리였다.

먹이를 빼앗기는 쥐는 어렵게 헤엄을 쳐서 먹이를 가져왔다. 그러나 먹이를 빼앗아 먹는 ‘착취’ 쥐는 그 쥐들이 돌아오자 마자 물고 할퀴고 때려서 물속에 쳐 박았다. 결국 애써 먹이를 가져온 ‘억울한’ 쥐는 ‘착취’ 쥐에게 먹이를 포기하였고 두 ‘착취’ 쥐가 배불리 먹고 난 다음에야 자기가 가져온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두 착취 쥐는 헤엄을 치는 일이 없다. 그저 가만히 있다가 헤엄쳐서 먹이를 가져오는 쥐의 것을 할퀴고 물어서 먹이를 빼앗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독립’ 쥐는 수고스럽게도 헤엄을 쳐서 먹이를 가져왔지만 한편 ‘착취’쥐에게 굴복하지 않고 용감히 싸워서 빼앗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못난’ 쥐는 헤엄 칠 줄도 모르고, 그렇다고 빼앗아 먹을 힘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쥐들이 싸울 때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다.

연구원 디디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발견이다 싶어서 똑 같이 생긴 우리를 스무 개를 만들고 각기 여섯 마리 씩의 쥐를 집어 넣어 같은 실험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똑 같은 구조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졌다. 착취자가 두 마리, 억울하게 착취당하는 쥐가 두 마리, 빼앗지도 빼앗기지도 않는 독립 쥐가 한 마리, 그리고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못난 쥐가 한 마리.

이러한 역할 분담의 구조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이번에는 착취 쥐만 여섯 마리를 집어서 한 우리속에 넣어 보았다. 이 쥐들은 밤새껏 싸웠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여기서도 역할 분담이 이루어 졌는데, 두 마리는 헤엄을 쳐서 먹이를 가져 왔으며, 한 마리는 빼앗지도 뺏기지도 않고 자기 것 자기가 가져다 먹었으며, 한 마리는 부스러기나 주워 먹었고, 또 두 마리는 앉아 있다가 빼앗아만 먹는 착취자 역할을 하였다.

아무리 미물(微物)인 쥐들의 사회 이지만 어찌보면 인간 사회와 너무나 흡사한 것이 얄미운 생각도 든다. 우리 사회에도 ‘착취’쥐 같은 군상이 있다. 땀 흘려 수고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굶을 수 도 없다. 권총이라도 들여 댈 수 있는 독종은 구멍가게 캐쉬 레지스터라도 털지만 ‘못난’ 군상들은 구걸이라도 해서 먹고 산다. 그러나 딱한 것은 열심히 일을 하고도 자기 몫을 빼앗겨야하는 억울한 자들이다. 힘이 없어서 빼앗기기도 하고 몰라서 빼앗기기도 하고 너무 순진해서 빼앗기기도 한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사실을 앞서 말한 연구소에서 발견을 하였다. 도대체 ‘착취’ 쥐들의 뇌 구조는 어떻게 생겨먹었나 싶어서 이들의 머리통을 열어 보았다. 결과 이 쥐들은 보통의 쥐보다 굉장히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착취자들은 겉으로는 폭력과 허세를 보였지만 실상은 피 착취자들로부터 반발을 받지나 않을까 해서 무척 이나 두려워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착취’ 쥐 같은 자들도 실상은 무척 이나 스트레스를 받은 가엾은 군상들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