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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바라본다 -김정수 칼럼-

2014.05.14 15:32

wind 조회 수:6242

2차 대전 무렵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란 한 처녀가 학교를 졸업한 후 믿음직한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


신랑은 군 복무중이였는데 신혼 몇 달만에 몬트레이의 사령부근무를 마치고 배속된 곳이 멕시코 국경근처 사막 지역에 위치한 특수전 훈련소 교관 직책이었다. 새댁은 남편을 따라 그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가서보니 숙소라는 것이 통나무 오두막집인데 주거 환경이 말이 아니다. 태양은 매일매일 불덩이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지글거리지, 응달이라도 밖의 온도는 항상 120도를 넘고, 게다가 오후에는 어김없이 부는 뜨거운 흙먼지 바람 때문에 집안 살림살이는 물론 사람 콧구멍 속에까지 모래 투성이 이다. 게다가 남편은 종일토록 전투훈련에 참가해야했는데 혼자 오두막집에 남아있는 새댁은 우선 말상대가 없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도 고작 인디언과 멕시칸뿐인데 그들과 영어가 통하는 것도 아니고 또 어울릴 일도 없다. 새댁은 스스로 생각해도 자기의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고 비참하다고 생각되어 친정 집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곳은 사람 살 곳이 못됩니다. 차라리 감옥도 이보다는 낳을 것입니다. 남편이 이곳의 근무를 마칠 때까지 친정에 가 있으면 합니다.” 이 편지를 받고 친정 부모들이 당장 “우리 딸아, 사정이 그렇다면 어서 친정으로 오너라”라고 답장이 올 줄 알았지만 정작 친정 아버지로부터 온 회답은 단 두 줄의 글귀였다. “ 두 사나이가 감옥의 창 밖을 내다보았다. 한 사람은 진흙탕을, 또 다른 한 사람은 별을 바라보았다.”


새댁은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마음속에 강하게 와서 닫는 그 무엇을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진흙탕만 보았구나! 내가 왜 반짝이는 별을 보지 못하였을까?” 그래서 새댁은 현재의 상태에서 무엇인가 좋은 점을 찾아내려고 맘을 먹었다. 별을 쳐다보는 생활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다음부터 이웃 인디언 주민들과 친구가 되어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집안 일을 거들어주고, 시간 시간마다 아이들을 돌보고 때로는 학습까지 지도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혹간 마을 주민과 군부대간 협조해야할 사항이 생기면 통역으로 자원하여 주민들의 편리를 도모하기도 하였다. 언젠가는 이웃 어린아이가 갑자기 온몸에 불덩이 같이 열이 올라 의식을 잃자 당황한 아이 어머니는 한 밤중에 새댁의 숙소를 두들겼고, 새댁은 맨발로 뛰다시피 아이를 안고 군 의무대에 뛰어가서 구급진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이제 토민들과 귀중한 친구가 된 것이다.


이렇게 지역 인디언들 속에 들어가 생활을 하다보니 그들에 토산품인 편물이나 도자기들에 눈을 뜨게 되었다. 결코 윤택하지는 않지만 신비감 어린 색상, 소박한 디자인, 그리고 무어라고 집어 설명할 수 없지만 작품 하나 하나가 주는 분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새댁이 이곳 토산 공예품에 관심을 갖게 되니까 동네 인디언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자기들만의 공정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였고 여행자들에게는 팔지 않는 소중한 작품들을 선물하기도 하였다. 새댁은 남편이 그곳에서 근무하던 2년 남짓의 기간동안을 자기일생에서 가장 즐겁고 값진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 것이다.


무엇이 새댁으로 하여금 감옥보다도 못하다고 느끼던 곳을 즐거운 추억의 장소로 바꾸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자신이 변하였기 때문이다. 지글거리는 사막의 태양도, 흙먼지 바람도, 인디언도 모두가 그대로였지만 자신의 맘가짐이 달라지니까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새댁은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다. “나는 내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마음의 창문을 통하여 아름다운 별을 찾았습니다. 아빠 감사해요.”


대부분 우리는 미국에 도착한 후 처음 얼마간 느꼈던 암담한 심정을 기억하고있다. 말이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 풍습이나 문화가 익숙한 것도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일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힐 때마다 고국에 두고 온 부모형제와 친구들만 눈에 가물거린다. 전후좌우가 새까만 동네에서 캐쉬 레지스터를 두들기면서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들도 많이 했고 직장에서 눈에 안보이는 차별을 받아 서러움을 당할 때에도 “이럴 바엔 다시 돌아갈까?”하는 생각 안해본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마음의 창문을 통하여 아름다운 별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이웃 미국사람들의 친구가 되었고 미국 사회의 구성원이되어 건실한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가 어떠한 입장에 처해있을 지라도 눈을 들어 별을 쳐다보는 것은 소중한 지혜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혜를 우리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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