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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아 주세요 -김정수 칼럼-

2014.07.19 02:27

wind 조회 수:7216

남북전쟁이 한창이었을 때,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가까운 야전병원에 들려서 부상병들을 위로하였다. 하루는 아주 심하게 부상당하여 곧 운명하기 직전인 부상병에게 안내된 링컨 대통령은 침대 곁에 앉아 부상병에게 “내가 무엇 도와줄 것 없을까?”하고 물었다. 묻는 사람이 대통령이라고는 짐작조차도 못한 부상병은 겨우 정신을 차리며 간신히 대답하였다. “내 대신... 우리 어머니에게... 편지 좀 써 주세요.”


펜과 종이가 준비되자 링컨 대통령은 부상병이 쉬엄쉬엄 불러주는 내용으로 편지를 써 내려갔다. “나의 사랑하는 엄마. 나는 지금 심하게 부상당했어요. 어쩌면 죽을 지도 몰라요. 그러나 너무 슬퍼하지는 마세요. 나는 누구보다 용감하게 싸웠거든요. (동생) 메리와 존에게 대신 키스해 주세요. 하나님의 은총이 우리 엄마와 아빠에게 있으시길 빕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얘기가 더 많은 것 같았지만 기력을 거의 다한 부상병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링컨 대통령이 부상병을 대신하여 서명을 하면서 한 마디를 덧붙였다. “WRITTEN FOR YOUR SON BY ABRAHAM LINCOLN(귀하의 아들을 위하여 아브라함 링컨이 대필하였습니다). 편지가 다 써졌으면 좀 보자고 하여 읽던 부상병은 아래 덧붙인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 대통령이 자기 편지를 대필해 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당신이 정말로 대통령이냐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몇 번이나 묻고 또 묻던 부상병은 링컨 대통령이 그렇다고 말하자, 한가지를 더 부탁하였다. ”제 손을 좀 잡아 주실래요?”


193 센티 키다리 대통령이 조그만 부상병의 손을 꼭 잡고 그의 귀에만 들릴 수 있는 작은 음성으로 무엇인가를 얘기하며 격려하였다. 방은 조용하였지만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주위 수행원 어느 누구도 듣지 못하였다. 다만 링컨의 소근 거리는 얘기를 들으며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눈을 떳다 감았다 하는 부상병의 표정을 보았을 뿐이다. 이날 링컨 대통령은 이 소년 병사의 임종을 지켰다.


얼마전에 발간된 맥나마라의 회고록 “회고: 베트남戰의 비극과 교훈” 발췌 내용을 읽으며 필자는 1863년 7월, ‘게티스버그’ 전투가 있고 난 얼마 후에 어느 야전병원에서 있었던 링컨 대통령의 에피소드를 생각했다. 케네디와 존슨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으로서 미국의 베트남戰 수행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맥나마라는 포드사장 출신의 경영인답게 매사를 장삿속으로만 파악하였다. 얼마가 투자되었으면 얼마의 수익을 거두어야 한다는 투자효과(COSTS EFFECTIVE) 개념으로 정글戰을 이해하고 북폭(北爆)을 지휘하였을 뿐, 월남의 민족주의 전통이나 월남민의 문화 및 정서 따위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상상을 초월하여 퍼부을 수 있는 물량공세와 하이테크의 최신 군사장비가 그까짓 변두리 전쟁쯤은 간단하게 해결할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월남전을 실패로 마감하였다는 통한의 후회를 삼십 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부끄럽게 고백한 것이다.


월남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당시 한창 날리던 TV 앵커우먼 바라라 월터는 주월 미국 사령관을 지낸 웨스트 모랜드 장군과 월남전으로 두 다리를 몽땅 잃은 상이용사 한 명을 초청하여 미국의 월남전 참전의 당위성을 토론한 적이 있었다. 날카로운 풍모의 예비역 대장이 곳곳한 자세로 앉아서 ‘한 패가 자빠지면 이것의 영향으로 다음 패가 넘어지고 따라서 다음 다음으로 이어져 모두가 무너진다는’ 도미노 이론(DOMINO THEORY)이 미국의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의 논리적 근거라는 것과 “월남민의 민주주의를 공산주의 압제로부터 수호하기 위한 것이 파병의 이유”라고 말하자 그 상이군인이 목발을 장군에게 내던지며 대드는 것이다. “그런 개떡같은 논리로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었는지 아는가? 너희들의 엉터리 같은 판단으로 내 두 다리를 잃은 것이 나는 지금 얼마나 억울한지 아느냐?” 그리고 자기 훈장을 내 던지면서 장군의 멱살을 잡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나는 조금도 자랑스럽지 않다.”


맥나마라가 회고록에서 자인한 월남전의 실패는 단순한 군사상의 실패만 시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를 돌출해 내지 못한 상태에서 개입한 전쟁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하는 것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없이 매사를 하이텍의 첨단과학으로만 밀어 부치던 당시 엘리트들의 무지를 통한해 하는 것이다.


국가의 힘은 단순한 군사력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고 경제 수치만으로 가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믿고 따르는 지도자가 있고 뚜렷한 가치관으로 무장된 국민이 먼저 있어야 하이텍의 현대무기가 파괴력을 발휘하고 경제력이 위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과, 남부의 연방정부 탈퇴를 막는다는 대의를 내세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 명분 있는 전쟁을 지휘하였다. 그리고 부상병사의 손을 쥐어주며 그 임종을 지키면서 유명한 게티스버그의 연설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을 위한 정부” 이념을 다짐하였을 것이다. 한 병사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존경을 받은 링컨 대통령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행복한 지도자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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