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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호테의 행복 -김정수 칼럼-

2014.06.26 16:17

wind 조회 수:8319

동키호테(Don Quixo'te)는 스페인의 작가 세르반테스(Cervantes,1547-1616)가 쓴 코미디 소설로 전편과 후편으로 나누어져있다. 주인공 돈키호테는 만챠라는 지방의 어느 조그만 마을 지주(地主)이인데, 기사(騎士)들의 무용담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머리가 약간 돌아버린 사람이다. 평소에는 교양과 품위가 넘치던 신사양반이 기사들의 얘기만 나오면 허구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뒤범벅이 되어서 자기를 소설의 주인공 기사로, 주변의 모든 것을 소설의 내용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전편에서는 동키호테가 산쵸라는 좀 바보스러운 소작인을 시종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온갖 코미디를 다 연출하는데, 거대한 악마라고 하면서 풍차를 향해 공격하는가 하면, 양떼가 오는 것을 적이 몰려온다고 생각하고 뛰어들어 용맹을 발휘하다가 목자들이 던진 돌멩이에 이빨이 부러지기도 하였다. 주위 사람들도 그가 약간 돈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동키호테 앞에서는 그저 기사님 기사님하고 굽실거리다가도 뒤돌아서는 서로 눈짓을 하면서 낄낄대고 웃고는 했다. 동키호테는 자기 상상 속에서만 기사였을 뿐,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고독한 코미디언 이였던 것이다.

 

후편에서 동키호테는 이웃 마을의 창녀인 알돈자라는 여인을 만난다. 알돈자 역시 지저분한 행실 때문에 주위에서 사람 취급을 못 받는 여인이다. 동키호테는 알돈자에게 자기가 읽었던 작품 속의 아름답고 순결한 여주인공 이름을 따서 둘시네아라고 지어주고 여성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존경으로 대하였다. 남이야 뭐라고 하던지 이 창녀가 동키호테에게는 세상에 비할 대 없이 고결한 숙녀였을 뿐이었다. 어느 날 동키호테는 알돈자가 마을 불량배에게 강간을 당하고 외양간에서 비틀거리고 나오는 현장을 목격하고 불량배들에게 호통을 치면서 달겨들었지만 결과는 비참하게 얻어 터진다. 그러나 자기의 부상은 상관없이 여전히 동키호테는 이 여자에게 "My Lady"라고 부르며 진심으로 위로하였다.

 

소설 마지막은 동키호테가 죽는 장면이다. 평생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였던 한 고독한 인간의 죽음에 한 여자가 찾아왔다. My Load(나의 주인님), 나를 모르세요? 제게 새 이름을 주신 둘시네아입니다.” ‘My Load’라는 표현은 기사나 영주를 배알할 때 바치는 최고의 경칭(敬稱)이다. 평생을 통해서 이 남자에게서만 Lady로 대접을 받았던 여인은 침상 아래에서 경건하게 무릎을 꿇고 동키호테의 손에 키스를 하였다. "My Load!" 그녀가 흘린 뜨거운 눈물이 동키호테의 손등을 타고 흘렀다. 생애의 마지막 순간에 오직 한 여자에게 진정한 기사로써 받아드려지며 동키호테는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작품이 오늘에 사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대인의 갈등이다. 나는 분명히 이런 사람인데, 자기주변 사람이 인정을 안해주는 것이다.

 

세계 심리학회의 통계에 의하면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는 남자들의 40%는 고등교육을 받은 전문직종 사람들이고 그 중 14%는 목사님 같은 성직자도 포함된다고 했다. 속된 표현으로 마누라를 두들겨 패는 무식한 사람 진짜 무지막지한 사람만이 아니라고 상당수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지성인이라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같이 오래한 아내가 보는 남편은 밖에서는 훌륭한지 몰라도 ‘그저 평범한 남자’일 뿐이다. 그래서 밖에서 받아드려지는 것과 집안에서 받아드려지는 것이 차이가 클 때 가정폭력이 야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거부(拒否)될 때 남자는 가장 심각한 좌절을 느끼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실직한 월급쟁이, 파산한 자영업자을 일단 뇌관이 열린 폭탄으로 여긴다. 남자들은 일터가 없어졌다는 것을 대부분 자신의 상실로 받아드리며 좌절하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에게 부지부식간에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흘린다면 그 때는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세상 모두에게 거부(拒否)를 당해도 한 여자에게 받아드려질 수 있다면 그 남자는 행복하다는것이 동키호테의 주제(主題)였다. 남자에게 두려운 것은 일터를 잃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실망하여 좌절하는 것이다.아려울 때일수록 필요한것은 아내의 사랑과 이해인 것이다. 어짜피 밖에서 강한 남편은 안에서 아내가 만든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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