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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소니의 추억 -김정수 칼럼-

2014.11.06 14:01

wind 조회 수:7698

내 친구의 매형은 독사라는 별명으로 당시 동대문 린치 사건 현장에서 시라소니가 싸우는 것을 직접 보고 겪으신 분이다.동대문파에서는 시라소니를 기습하기 위해서 준비한 인원은 정예 멤버 30여명을 준비했는데 그러나 실제로 사무실 안에서 시라소니와 격돌한 사람은 그중에서도 가려 뽑은 8명이었고 나중에 전세가 불리하자 몇 명이더 투입되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밖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아무런 준비없이,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도착한 시라소니는 문 앞에서 무슨 감을 느꼈던지 순간 멈칫했다. 평생 싸움으로 살아온 사람답게 어떤 분위기를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일단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식인데 그러나 시라소니 자존심에 그런것은 안통했는지 문을 열고 성큼 사무실로 들어왔다. 시라소니가 가운데로 걸어 들어 오면서 “덩데(평안도 사람들은 ㅈ 를 ㄷ 비슷하게 발음한다) 있네?”하는 순간 야전삽 도끼 단도 등으로 무장을 한8명이 전후좌우에서 틈을 안주고 공격을 했다. 그런데 정말 믿기 어려웠던 것은 시라소니가 그 자리에서 책상위로 뛰어 오르는가 싶었는데 앞 동대문파 하나를 발로 찍으면서 그 자세로 바로 몸을 돌려 그 옆에 있는 또 하나를 가격하고, 발이 바닥에 닫지도 않은채 책상을 뛰어넘어 또 다른 하나를 쓰러뜨리는데 순식간 이 8명을 모두 제압하더란다. 그 중 몇명은 중상이었는데 독사 매형도 어깨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었다.

여기서 시라소니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데 졸무라기들 더 상대 안한다는듯 어지간히 동대문 패거리들을 두들겨 눕히고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잠깐 방심을 해서 문 밖에 납짝 업드려 숨어있던 하나를 못 보고 지나치려 하였다. 그 녀석이 손도끼로 시라소니의 발목을 찍었는데 기습을 당한 것에 화가난 시라소니가 그 녀석을 단숨에 밟아 버리고 다시 들어가서 나머지 패거리를 신나게 두들겨 팼는데, 그러다가 전화줄에 걸려 넘어지는 실수를 또 했다. 그러자 숨어 기다리고 있던 인원까지 가세하여 시라소니를 난타하여 시라소니를 반송장으로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시라소니의 온 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주요 소화기관이 모두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시라소니의 주먹 전설은 사실상 여기서 끝이 난것이다.

그 시절 주먹들에게 ‘대한민국의 최고의 주먹이 누구였느냐’ 묻으면 모두 시라소니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먹 한방으로 끝낸다고 ‘잇뽕’이라는 별명의 당시의 주먹세계의 최고 ‘오야붕’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단둘이 맞장을 떳더라면 누가 이겼을까하는 것이 아직도 호사가들의 관심꺼리 이다. 둘다 막상막하의 실력들이지만 김두한이나 시라소니의 격투장면을 실제 보았던 사람들의 증언은 명성은 김두한이 높았지만 실력은 시라소니가 한 수 위라는데 이의가 없다.

인생사가 참으로 묘한 것이 ‘좋은일이 바로 불행의 씨앗’이 되고, ‘나쁜일이 어쩌다 좋은 결과’를 맻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를 시련을 통해서 깨닿게 하시고 옳은 길로 인도하신다는 것 역시 시라소니 인생을 보면서 깨닿는다. 동대문린치 사건은 시라소니 육신이 부서지는 불행이었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시라소니는 주먹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5.16 이후 깡패 소탕령이 내려서 첨에는 시라소니도 붙잡혀 갔지만 그때는 이미 주먹세계와는 완전히 결별한 것으로 조사기관에서 판단되어 이내 석방되었다. 만약 시라소니가 계속 주먹세계에 몸을 담고 있었더라면 아마 이정재 등과 함께 “나는 깡패입니다. 국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하는 패를 목에 걸고 서울 시내에 조리돌림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아는가? 이정재 임화수 곽영주 최인규 신정식 등과 함께 사형을 당했을런지?

권총 사정권 안에 몇 번이나 이정재가 들어왔지만 그 때마다 하나님이 이정재를 도우셔서 실패했다고 시라소니가 후에 간증했는데 사실은 하나님이 이정재를 도운것이 아니라 시라소니를 도와서 권총을 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기회가 되어서 시라소니가 이정재에게 권총으로 보복을 하였다면 시라소니는 살인 아니면 살인미수로 얼마나 자기 인생이 불행해 졌겠는가.

나의 아버지가 기억하시는 시라소니는 마음이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적 그 나이에 무슨 민족의식이 있다고 일본 아이들만 골라가면서 때렸단다. 조선 아이들 깔보는 일본 ‘아새끼’들이 ‘티껍게 놀면’ 사정없이 줘팬 것이다.

지난 두 번의 시라소니의 칼럼이 나간 후 필자가 새삼 놀란것은 우리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 시절 낭만파 주먹들의 이야기를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절 낭만파 주먹들은 의리와 명분을 중요시 여겼고, 지금처럼 회칼이나 쇠파이프 등 무기를 쓴다거나 뒤에서 공격하는 일은 수치로 여겼다. 그랬기 때문에 평안도 출신 주먹들이 대부분이었던 명동파에서는 장삿꾼 등이나 쳐먹고 자유당의 하수인이 되어 선거때 야당 집회에 방해나 하는 동대문파를 주먹세계의 ‘쌍놈’으로 우숩게 여겼다. 그런데 지금 건달들의 세계는 이른바 돈이 모든 가치기준이 되어 질서나 서열 의리 따위는 잊혀진지 오래이다. 돈이 있어야 조직도 꾸리고 돈을 써야 선배 대접도 받는단다. 세상 많이 변했다.

사라소니 가족 사진

Jung Soo Kim's photo.
Jung Soo Kim's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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