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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기사(不老騎士) - 김정수 칼럼

2015.02.13 17:41

wind 조회 수:4563

대만에서 만든 영화 <불로기사>는 노인 17명이 소형 오토바이인 스쿠터를 직접 운전하면서 둘레 1178km의 대만 해안길을 일주하는 모험을 기록한 다큐멘타리  (documentary) 이다 미국에도 소개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Go Grandri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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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로기사들의 평균 연령은 81그중 2명은 암 환자이고, 4명은 보청기가 있어야 듣을 수 있는 사람이고, 5명은 중증 고혈압 환자, 8명는 심각한 장염을 앓고있다사실상 노인들 대부분 그러하듯 모두 속병에 근육통 관절염 등 노인병 한 둘은 다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이런 노인들이 스쿠터를 몸소 운전하여 대만을 일주 한다고 하니까 그 연세에 무슨 만용(蠻勇)’이시냐고 가족 친지 모두 반대한다그래도 이 기사들은 마치 말을 타고 적진에 뛰어들듯 용감하기만 하다. “나는 꿈이 있다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이 이분들의 신념이다일년간 준비과정에서 수쿠터 운전하는 것을 배우고채력을 단련하여 드디어 장정에 오른다사람 안에는 질주의 본능이 있단다 내 안의 질주의 본능나이는 비록 먹었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자기 안에서의 아우성이 이분들을 다시 질주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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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만들어진 2007년 당시 주인공들인 <불로기사>노인들은 국공(國共내전항일전쟁,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파란만장의 세대들이다그 중에는 과거 일본 점령 시기에 태어나서 일본군인으로 가미가제 특공대 교관을 하던 분도 있고,  장개석의 국민당 군인으로 일본과 싸우던 퇴역 군인도 있다목회로 평생을 바친 목사님 부부홀로된 몸으로 열심히 벌어서 자식들 번듯이 성공시킨 할머니손자와 놀아주는 재미로 사는 외로운 할아버지모두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온 인생들이다젊어서 바쁘게 살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도 했을 것이다. “어딘가로 멀리 떠나고 싶다비록 몸은 늙었지만 이제 그 꿈을 실현시키려는 것이다.


세계일주는 못해도 우리 사는 대만이나 한번 한 바퀴 여행하자고  어느 부부는 항상 말로만 다짐 했는데 살기가 바빠서 차일 피일 미루는 동안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할아버지는 이것이 한이 되어서 부인의 사진을 자기 수쿠터 앞에 달고 달린다. “여보이제야 약속을 지키네!” 심장병을 앓는 최고령의 할아버지는 의사가 그렇게 가시지 말라고 그렇게 권유해도 끝내 고집하여 여행에 나섰다가는 도중 상태가 나빠져서 일행을 뒤따라 오는 엠뷸런스에 매번 신세를 지지만 그래도 좀 회복이 되었다 싶으면 다시 스쿠터를 타고 대열에 합류하기를 여러번 마침내  끝까지 여행을 완주하였다노인이 스스로를 다짐하는 말 꿈은 젊은이 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이 많은 노인들의 모험이라서 주위 모두가 조심스럽다그리고 섬의 해안길은 좁고 굴곡이 많은 만큼 위험하다그래서 앞차에 경찰차가 에스코트 하고 주최측 젊은이들이 같이 스쿠터를 타고 따르고 그 뒤에는 의사와 간호원이 있는 구급차가족들이 탄 버스가 따른다일정은 급하게 잡지 않았다대만 섬의 아름다운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하면서도 쉬엄쉬엄 양로원 탁아소 고아원에 들려서 위문하도록 한 것이다양로원에는 자기보다 더 무력하고 고통을 받는 노인들이 많이 있고고아원에는 모두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여행을 마친 다음 돌아가서 할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위로하며 봉사하며 살 것이라고 다짐하며 불로기사들은13일간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언듯 보면 영화는 뭐 신기할 것도 없는 노인들의 오토바이 여행이다그러나 거기에는 소리 없는 함성이 있다. “나는 살아있다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힘찬 아우성이다그렇다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그래서 도전을 접고 안주하는 순간부터 사람은 늙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모험에 도전하는 이 노인들은 늙지 않은 용사들이라는  뜻으로  스스로를 이름하여 <불로기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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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큰 병에 걸리지 않는 한아니면 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어차피 늙어서 죽게 설계된 동물이다.  인생의 여정은 계절의 바뀜과 같고그 과정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깨닳고 지혜를 추가하는 과정이란다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서 나이를 먹는 것은 일상(日常)이며 우리의 삶 자체라고 생각하면서  요즘 나는 마음을 여유롭게 갖는다 뭘 조금씩 깨달아 가는지?


요즘 문득 내가 노인인가 싶어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앞으로 남은 내삶을 계산한다계산해서 답이 나올 것도 아니지만 대략’ 내가 얼마나 더 살련지남의 도움없이 내가 얼마나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 꼽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새삼 생각한다 3의 새로운 인생을 도전하며 살 것인지아니면 한갓 노인이 되어 조용히 사그라질 것인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날은 바로 오늘이란다이 영화를 보며 나 역시 불로기사가 되어 매일 사유(思惟)의 길을 떠나기로 다짐했다사유의 여행 길에서 새로운 를 만날 것이다그리고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이라고 아름다운 눈으로 주위를 바라 보며 세상을 사랑할 것이다.

노후는 인생의 마지막 황금기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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