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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에서 가장 참혹한 전투라고 평가되는 장진호(長津湖)전투는 인천상륙 작전 성공으로 승세를 잡은 UN 군이 38선을 돌파하여 청천강 이북까지 진격했다가 중공군의 대규모 개입으로 후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투이다. 장진호는 한반도의 지붕이라고하는 개마고원(蓋馬高原)의 남단 지역, 함경남도 장진군에 있는 호수 이름이다. 이 지역에서 미해병대 1사단 병력 1 2쳔이 중공군 12만명에게 포위되어 거의 전멸될 정도의 타격을 받으면서도 흥남까지 철수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곳 뒤에 있을 흥남  철수작전으로 이어진다.

 

필자가 본 칼럼을 통해서 조명하고 싶은 것은 당시 미해병대 1사단장이던 스미스 소장의 신중한 작전이다. 적군이 패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 적을 추격하기에 바빳을 때, 스미스 사단장 만은 있을 지도 모를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면서 전진하였다.

 

북진하던 시기에 한반도의 작전 지역을 맥아더 사령부는 서부와 동부로 나누어서, 서부(西部)전선에는 워커중장의 지휘아래 미8군이 맡고, 동부전선은 알몬드(Edward Almond) 소장의 미10군단이 따로 맡았아서 서로 경쟁적으로 진격하도록 하였다. 그 때만 해도 맥아더 사령부에게 한국전쟁은 거의 다 이긴 전쟁이었고, 병사들 역시 크리스마스 전에는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10군단 소속의 미해병 1사단은 1950 1026일 원산에 상륙한 후, 11 2일 함흥 북방 수동 일대에서 중공군을 물리치고 진격을 계속해서 진흥리와 황초령을 거쳐 고토리를 점령하였으며 11 16일에는 장진호 남단 하갈우리에 도착하였다. 맥아더 사령부에서는 패주하고 있는 적을 일거에 쓸어버리기 위하여 크리스마스 공세의 공격개시일을 11 27일로 정하고, 미 해병 1사단에게 서쪽의 무평리를 목표로 진격해서 제8군과 연결할 것을 명령하였다.

 

그러나 전투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군 사단장 스미스의 판단은 달랐다. 갈수록 험해지는 한반도의 북부지형과 급격히 추워지는 기후 상태를 고려할 때, 무작정 앞으로 진격 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 한 것이다. 직속상관인 미10군단장 알몬드 소장이 펄펄 뛰면서 신속하게 전진할 것을 독촉하고 있었으나 스미스 사단장은 거의 항명이다 싶을 정도로 진격 속도를 늦추었다. 사단장은 진격로 주요 거점마다 병참기지를 만들고, 진지를 구축하고, 도로를 확장하였으며 사단사령부가 위치한 하갈우리(下碣隅里)에 비행장 활주로 공사까지 병행하였으니 사단의 진출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스미스 사단장의 이 같은 판단은 얼마가지않아서 최악의 상황에서 기적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맥아더 사령부에서는 북한에 들어와 있는 중공군을 약 35천 명 정도로 추산하였지만 실제로는 약 30만 병력이 들어와 있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된다. 11 27일은 UN군의 크리스마스 총공세 날이기도 했지만 중공군의 UN 군에 대한 총공세 날이기도 하였다.  서부전선의 미8군에게는 중공군18만명이 총공격을 개시하여 8군을 퇴각시켰고동부전선에는 제 9집단군 12만명 병력을 투입하여 장진호까지 진출한 미해병 1사단에게 집중 포위 공격한 것이다. 중공군의 판단으로는 미 해병 1사단만 확실히 때려잡으면 그 북쪽에 있는 나머지 미 10군단 소속 부대들은 자동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 해병대에게는 중공군에 못지않은 무서운 적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1000m 고원 지대에서 몰아치는 극심한 한파로 기온은 낮 기온 영하 20, 밤 기온 영하30도를 오르내렸다.


 

이윽고 철수 명령이 하달되자 사단은 중공군 4개 사단의 집요한 공격에 막대한 사상자를 내면서 장진호 좌우 양쪽으로 진출해 있던7연대와 5연대가12 4일 사단사령부가 있는 하갈우리로 철수시킨다. 그러나 하갈우리에는 이미4,300여 부상자를 포함하여 1만에명의 병력과 각종 장비가 집결해 있었다. 이들이 중공군에게 몇 겹으로 포위된 상태에서 협소한 황초령을 넘어 군단 집결지인 흥남까지 온전하게 철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진격 당시에 곳곳에 확보해 놓은 보급로와 물류기지가 준비되어 있어서 해병대는 하나하나 길을 막는 적을 격파하면서 함흥까지 70마일 길을 철수할 수 있었다. 더욱이 하갈우리에 만든 임시 비행장 일부가 개통되어서 이 미해병1사단이 살아나게 된 결정적인 생명선이 되었다. 먼저 부상자를 후송시킬 수 있었고 탄약과 긴급 보급품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중공군이 해병1사단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넓게 산개된채 후방로가 끊긴 미10군단, 국군 1군단을 포함한 여타 부대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후퇴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11 27일부터 12 11일까지 장진호 전투에서 미해병 1사단이 입은 피해는 전상자 3,637, 비전투사상자(대부분 동상환자) 3,657명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공군 9병단은 전사 25,000, 부상자 12,500명에 가까운 사상자를 대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중공군 9병단은 이후 4개월 동안은 다른 작전에 참가하지 못하고 오직 부대정비에만 매달려야했다.


이같은 장진호 전투에서  미해병대의 분투는 이후 사상 최대의 인도주의 작전으로 평가 받는 10만 피난민의 동반 철수에 성공한 흥남 철수의 밑거름이 되었다. 또한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지만 만약에 중공군 9병단이 후방으로 완천히 빠져 재편을 필요로 할 정도의 타격을 입지 않고, 1.4후퇴를 불러온 중공군 제3차 공세에 즉시 참가하였다면 6.25전쟁의 결과는 아마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가정도 있을 정도였다.


우리가 스미스 사단장에게 배우는 교훈은 어떤 경우라도 경영인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이나 사업이나 목숨을 건 투쟁이다. 앞으로 나아갈 때도 뒤로 물러날 때도, 대비해야 하는 것은 있을 지도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북가주 출신인 스미스 장군은 UC 버클리 졸업한 ROTC 출신 장교로 1917년 소위로 임관한 이래 주로 전쟁터에서 전투장교로 군 경력을 쌓았다. 1955년 대장까지 진급하고 전역하여 고향인 Los Altos 에 돌아와 살다가 1977년 별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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