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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 대왕 (2)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2015.06.26 01:07

wind 조회 수:4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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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580-530 BC. 성경에는 바사의 고레스 왕으로 나온다)


기원전 6세기경 지금의 이란과 이락의 북부지방에서 아프카니스탄 일대까지를 차지하고 있던 <메디아>라는 아주 강성한 나라가 있었다.


어느날  왕 아스티아케스가 이상한 꿈을 꾸었다딸 만다네 공주가 소변을 보는데그것이 흘러 넘쳐서 온 세상을 잠기게 하는 것이다사제들을 불러 그 꿈을 물었더니 만다네 공주의 아들이 왕이 되어 아시아를 지배한다는 해몽이 나왔다아들의 아들이면 자기 핏줄이지만 딸의 아들이 왕이 된다면 이것은 바로 역성(易姓)이어서 왕조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왕은 놀라서 딸을 절대로 왕이 될 수 없는 한 페르시아의 남자를 골라서 결혼을 시켰다당시의 페르시아는 메디아의 속국으로 바다가 연한 남부지역의 척박한 땅이었고그 남자는 거기 안샨이라는 조그만 나라의 왕자로 메디아에 불모로 와 있는 신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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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만다네 공주가 임신을 하고또 왕 아스티아케스가 꿈을 꾸었는데  만다네 공주의 음부에서 포도나무가 자라서 온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사제(司祭)들은 이번에도 공주의 아이가 왕이 되어 아시아를 지배한다는 해몽을 내 놓았다왕은 하르파고스라라고 이름하는 자기의 가장 충성스로운 신하에게 공주가 아이를 낳으면 빼앗아서 바로 직접 죽이라고 명령하였다이윽고 공주가 튼튼하고도 잘 생긴 사내아이를 출산하였다하르파고스는 왕의 명령이기는 하지만 차마 죄없는 핏덩이를 자기 손으로 죽일 수 없어서 왕의 소들을 치는 직책을 가진 사람에게 죽이라고 넘겼다소치기는 마침 사산(死産)된 자기 아들과 바꿔치기 해서 공주의 아이를 죽였다고 거짓말을 했고 그것을 믿은 하르파고스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왕에게 보고했다왕은 외손자를 죽인 것이 미안했는지 사위를 딸과 함께 안샨으로  돌려 보내 사위가 왕이 되게 하였다소치기는 공주의 아들을 자기의 아들로 숨겨 키웠다이 아이가 자라서 키루스가 된다.


그 후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동네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데,  아이들이 이 소치기의 아들을  왕으로 뽑았다왕으로 뽑힌 소치기의 아들은 진짜 자기가 왕이 된 것처럼 신하가 된 아이들에게 각기 역할을 주었다왕을 호위하는 아이여러가지 보고를 하는 아이집을 짓는 아이그렇게 노는데 한 아이가 말을 안듣는 것이다이 아이는 한 고급관리의 아들인데 자신은 고관의 아들이니 소치기의 아들의 명령을 받을 수 없단다그러자 소치기 아들은 왕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고 고관의 아들을 흠씬 두들겨 팼다.


자기 자식이 소치기 아들에게 얻어 터지고 돌아오자 화가 난 고관이 왕에게 고발을 하자 왕은 소치기와 그 아들을 불러 심문하였다. “너는 미천한 자의 아들이면서 나의 중신(重臣)의 아들에게 그런 가장치 않은 짓을 했는가?” 그러자 소치기 아들은 놀이 이긴 하지만 왕의 명령을 거역해서 벌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그때 왕은 범상치 않은 용모의 이 아이가 자기 외손자임을 한 눈에 알아봤다고 한다그래서 아이의 아비로부터 사산된 자기 아들과 바꿔치기를 했다는 자백을 받고 신하 하르파고스를 불러서 본인이 직접 죽이지 않고 소치기를 시킨 것임을 알았다.


이 비정한 외할아버지는 이때 다시 손자를 죽일것인지 고민을 했는데 사제들은 이번에는 이렇게 해석을 했다. “액땜을 했습니다비록 아이들 놀이이긴 하지만 어찌했건 간에 이아이가 왕 노릇은 한번 했습니다이제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아스티아케스 왕은 이말에 안심을 하고 아이를 부모가 있는 페르시아로 보냈다그러나 임무 수행에서 실패한 신하 하르파고스는 용서하지 않았다그러나 말은 이렇게 했다. “내가 명령을 내리고도 마음이 아팟다결과적으로 내 손자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왕은 하르파고스를 식사에 초대하고 그의 13살 난 아들을 궁으로 부른다왕의 명령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죄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 왕의 식사에 초대를 받았으니 고맙고도 황송한 마음이다하르파고스가 만찬에 나온 고기 요리를 잘 먹고나자 왕이 물었다. “요리는 맛이 있었는가?”  “맛이 있었습니다” 대답을 하자 왕은 음식 재료를 보여 주었다그것은 아까 궁으로 보낸 자기 외아들의 시체였다.


왕이 다시 물었다. “무슨 고기였는지 아는가?” 하르파고스 안색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왕께서 사시는 일은 그 어떤 일도 만족합니다.”  신하에게 그의 외아들을 먹게한 왕도 지독한 사람이지만 자기 자식 고기를 먹고도 태연한 사람은 더 지독하고 무서운 사람이였던 것이다하르파고스는 전보다 더 충성을 다해서 아스티아케스 왕을 섬겼고 왕도 이 신하를 계속해서 중용하였다그런데 메데 제국은 결국 이사람이 망하게 한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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