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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 이솝이 살던 사모스 섬은 당시 큰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되었다소아시아의 강국인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이 세금과 조공과 추징금을 당장 보내라고 협박한 것이다다시 말해서 사모스가 리디아 왕의 속국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위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사모스 섬은 그리스 사람들이 살던 도시국가로 그리스 연합에 들어 있었는데 지리적으로는 그리스 본토와는 멀리 떠러져 있지만 터키 반도에서는 바로 코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따라서 당시 터키 반도 서부지역을 지배하던 리디아 왕국이 너희들도 우리 땅에 사는 우리 백성이니 당연히 세금을 내라여태껏 안낸 세금도 추징금으로 내라고 명령한 것이다.  지금까지 자유민으로 살던 사모스 시민들은 청천벽력같은 소리였으나  강대국 리디아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세금을 내면서 리디아의 속국임을 인정하려고 하였다그 때 이솝이 이를 반대하며 사모스 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한다.

213D1A3A550B815A17771C리디아의 크로이소스 왕(BC 595-BC 546)


운명은 인간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다하나는 자유의 길인데시작은 고되고 견디기 힘들지만 끝은 아주 평평하여 견디기 쉽다그리고 다른 길은 노예의 길로써처음은 들판처럼 가볍고 평평하지만 끝은 매우 혹독하고 험해서 크나큰 고통없이는 걸을 수 없다.” 그러면서 들려준 것이 다음의 우화이다.


사자는 소염소양과 함께 사냥감을 공평하게 나누기로 해놓고 막상 염소가 수사슴을 잡아오자 말을 바꾼다. “나는 이 고기를 네 덩이로 나눈다한 덩이는 정당하게 내 것이다두번째 덩이는 내가 가장 강하기 때문에 내 것이다세번째 덩이는 내가 가장 용감하기 때문에 내 것이다네번째 덩이는 누구든지 이것을 손대는 자는 내게 잡아먹힐 것이가 때문에 아무도 손댈 수 없으니 내 것이다.”  이것이 국제정치에서 말하는 이른바 강대국의 <억지 논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솝은 사모스 시민들에게 강조하였다. 염소 양 소 따위는 사자와 힘으로 맞서서 싸울 수 없다. 그렇다고 먹을 것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러나 염소는 사자 잇빨보다 더 강한 뿔이 있고, 양은 사자가 다닐 수 없는 바위 벼랑 끝도 다닐 수 있고, 힘으로 말하면 사자 보다 소가 더 세다. 모두 겁 만 먹지 말고 단결하면 사자도 우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사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설득하자.  사자 당신이 오늘만 먹고 내일부터 먹지 않고 산다면, 맘대로 하시오. 그러나 내일도 먹을 것이 필요하다면 우리에게 몫을 나누어 주는 것이 좋을 거요. 더불어 나누기로 해놓고 사자 혼자 먹었다고  소문이 나면 이 바닥 동물 모두가 당신을 회피할 겁니다.”  머리가 좀 돌아가는 사자라면 이 논리에 수긍하고 몫을 나누었을 것이다


당장 편안하다고 위험에 맞서지 못하고 회피한다면 결국 재산과 자유를 다 빼앗기고 고통은 더 심해진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 대하여 해결을 찾는 용기이다어렵겠지만 리디아 왕에게 가서 이해와 명분으로  당당히 설득하자.” 사모스 시민들은 이솝을 시민들의 대표로  리디아로 보낸다.


이솝이 무슨 말을 어떤 논리로 전개해서 왕을 설득했는지에 대해서 필자는 기록을 찾지 못했다짐작하기로는 사모스는 그리스 연합의 일원이라는 것너희 리디아 왕국은 동쪽의 페르샤라는 강대국과 그리스 연합이라는 양대 세력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리디아 왕께서 사모스 섬 시민들을 잘 대해 준다면 그리스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판을 듣게 되리라는 것그래서 유사시에 그리스는 리디아의 동맹이 될 수 있다는 것따라서 그까짓 얼마 안되는 세금 보다 더 큰 이익을 리디아가 얻을 것 등을 들어 왕을 설득하였을 것이다 헤로도토스(Herodotus)가 쓴 책 <역사(Histories)>에는 왕 앞에서 이솝은 솔론과 탈레스 같은 당대의 철학자들과 토론하는데이솝의 높은 학식과 해학이 왕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고 기록되어있다.


이솝은 우리에게 어려운 문제에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그러나 지혜롭게 마주 서라고  말한다어려운 문제라는 것은 우리가 피해서 도망간다면 계속 쫓아 다니면서 괴롭힐 것이지만 일단 정면에서 맞서 본다면 어쩌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솝 우화는 인간에게 무슨 수준 높은 도덕을 가르치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모습을 동물을 빌어 그려내고  있어서 재미있고 유익하다.


 Velazquez  그린 이솝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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