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자유게시판

엘도라도의 꿈 (1)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미친 듯 황금을 찾아 헤매던 스페인 사람들은 하나의 전설을 굳게 믿고 있었다. 산 넘어 저 쪽 어딘가에 「엘도라도」라는 도시가 있는데, 시가지는 온통 황금으로 덮여 있고..

샌프란시스코 기어리(Geary) 길 두 불럭 위에 있는 서터(Sutter) 스트리트는 원래 스위스 태생 이민자 서터(본명은 Johann August Suter)라는 사람의 이름은 딴 것이다. 서터는 본국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범으로 고소 당한 끝에 아내와 아들 셋을 내버려두고 미국으로 도망 온 한심한 사람이었다. 1834년 뉴욕에 도착한 서터는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해서 얼마간 돈을 모으고, 술집, 숙박업 등을 해서 한 밑천을 작만 했다.그 다음 다시 재산을 정리해서 당시 미지의 세계인 서부에 왔는데, 새크라멘토 밸리의 비옥한 땅을 보고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라고 생각했다.

Johann August Sutter:1803-1880

그래서 몬트레이에 있는 멕시코 정부 주지사로부터 10년 간 임차 허가를 받아서 그곳에 이민자 마을을 세웠는데 이름을 라틴어로 새로운 스위스라는 뜻인 「노이 헬비티언」(neu-Helvetien)라고 했다. 그리고는 스위스 이민자들을 끌어 모아서 땅을 개간하였는데 어찌나 기후 좋고 땅이 기름졌던지, 심기만 하면 과일이 열리고 씨만 뿌리면 곡식이 여물었다. 창고를 짓고 또 지어도 넘쳐나 터질 지경으로 농사가 잘 되었고, 가축은 축사를 짓고 또 지어도 모자를 지경으로 번식이 잘 되었다. 생산품을 실어 나를 운하가 건설되고, 방앗간, 공장 등이 세워지고, 또 농산품 수출을 위한 해외 대리점이 설립되었다. 그 뿐인가? 유수한 유럽의 은행을 통해서 투자하는 품목마다 히트를 쳐서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러다 보니 서터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억대의 부자로 일어선 것이다.


서터의 목재소


무진장의 금 알갱이


1848년 1월 어느 날 저녁 서터의 콜로마 지역 농장에서 제재소를 짓고있던 제임스 마샬 (James W. Marshall)이라는 목수가 잔뜩 흥분하여 수터의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강변 모래를 파내다가 금 같은 노란 금속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서터는 그 지역 모래를 조사해 보았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모래를 체에 담아서 이리저리 몇 번 흔들기만 하면 금 알갱이가 남는 것이 이건 완전히 노다지 판이었다. 「아니, 내 땅에서 노다지가 터지다니!」 애써 냉정을 유지한 서터는 우선 주위 일꾼들에게 엄한 함구령을 냈다. 「이런 정도의 금광이면 어쩌면 세계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될 지 모르겠다.」 그날 서터는 엘도라도의 꿈을 꾸면서 잠을 설쳤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소문이라고 사람들이 입을 닥치고 있을까? 함구령이 내린 그날 저녁으로 “거기에” 황금이 널려있다는 소문은 온 농장에 퍼졌고, 캘리포니아에 황금 노다지가 터졌다는 소문은 몇 일 새에 미국 전국을 뒤덮었다. 황금을 보면 사람들 눈이 뒤집히는지, 금이 발견된 그날로 농장의 농군들, 대장장이, 목동, 서기, 공무원, 목사님 할 것 없이 모두 체와 냄비를 들고 금이 발견된 곳으로 달려갔다.




심지어 가정부까지 금을 캔다고 도망갔으니 서터는 그날로 자기 손으로 밥을 챙겨먹을 신세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되니, 과실이 익어 썩어나도 추수할 일꾼이 있나? 곡식이 익어 자빠져도 거둘 농부가 있나? 가축이 축사를 부시고 나와서 밭의 채소를 휘젓고 뜯어먹어도 이것을 막을 목동이 있나? 이건 완전히 밤새 날벼락인 것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인구 몇 백 명의 한적한 어촌이었는데, 금을 발견한 그 해에 황금에 미친 사람들 4만 명이 선편으로 입항하였고, 또 대륙을 건너서 육로로 3만 명이, 그리고 멕시코 쪽에서 9천 명이 밀려들었다. 돈독이 오른 사람들 10만 명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이 지역 일대가 난장판이 되어 매일 총 쏘고 칼로 찌르고 두들겨 부시고, 게다가 여기에 무슨 법이 있나? 질서가 있나? 무법자들은 지역의 유일한 실물경제인 수터 농장을 약탈하고, 곡식을 훔치고, 가축을 잡아먹고, 경작지에 멋대로 저희들 움막을 짓고 했으니, 서터의 농장은 순식간에 풍비 박산되었다.

돈이라는 것은 벌기로 하면 잠깐 사이에 버는 것이고, 없어지기로 한다면 순식간에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필이면 금광이 자기 땅에서 발견이 되어서, 서터의 그 좋은 농토는 순식간에 황무지가 되고 그 많은 재산은 다 도둑맞고 파괴되어 완전 거덜이 났다. 차라리 금광이 안 터졌으면 대농장주로 편안한 여생을 보냈을 것을, 空手來 空手去, 서터가 꾼 엘도라도의 꿈은 허망하기만 한 것이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홈페이지를 2020년부터 새롭게 시작합니다! Master 2020.01.27 4544
78 앨도라도의 꿈 (2)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6.05.05 4534
» 엘도라도의 꿈 (1)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6.04.22 4433
76 골곤다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6.04.08 5510
75 봄 나들이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6.03.24 4735
74 재화(財貨)와 재화(災禍) -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 [1] wind 2016.03.10 4531
73 오륜의 서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6.01.14 4533
72 필승의 신념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12.31 4563
71 이소로쿠 (五十六)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12.17 4520
70 불모지대(不毛地帶)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12.03 5511
69 즉흥환상곡 wind 2015.11.12 4544
68 잭 웰치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10.22 4537
67 秋思(가을에 생각한다) -김정수 칼럼- wind 2015.10.14 5071
66 잭 웰치 (2)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10.08 4539
65 잭 웰치 (1)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10.01 4537
64 칠순 -김정수 칼럼- wind 2015.08.13 4536
63 이 한줌의 흙을 비웃지 말게나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07.31 4734
62 그들의 실험은 성공하였다 -김정수 칼럼- wind 2015.07.30 4657
61 페니실린 맨 -김정수 칼럼- wind 2015.07.28 4539
60 키루스 대왕 (5)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07.16 4600
59 키루스 대왕 (4) 한국일보 김정수 칼럼 wind 2015.07.13 4550
에덴장로교회 (Eden Church ) 2490 Grove Way, Castro Valley CA 94546 / 교회전화번호(510)538-1853
Copyright ⓒ 2014 Edenchurc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