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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金學性 1807-1875)


<현명한 사람이 큰 재물을 얻으면 오히려 그 뜻(志)을 해치며 (현이다재 측손기지 賢而多財 側損其志)

어리석은 이가 큰 재물을 얻으면 곧 그 과실을 더할 뿐 (우이다재 측익기과 愚而多財 側益其過)
소학(小學) 외편에서>


이조 순조 때 문신이던 김학성의 어머니는 젊어서 혼자가 되어 삯 바느질로 아들 형제를 키웠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아들들을 서당에 보내고 어머니는 바느질 일을 하고 있는데 그날 따라 처마에서 물이 떨어져서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약간 이상하게 들렸다. 낙숫물의 평범한 소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쇄붙치에 부딪히는 소리 같았다. 어머니는 허실 삼아 호미로 낙숫물 떨어지는 곳을 파 보았더니 거기에 큰 가마솥 하나가 묻혀 있었고 뚜껑을 열어보니 은(銀)이 그 안에 가득 담겨 있는 것 아닌가?

예로부터 외적의 침입을 많이 경험한 우리 백성들이라서 돈 푼께나 있는 집안을 수록 금이나 은 같은 것을 장만하여 집안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것을 땅속에 묻어놓은 당사자가 난리 통에 죽던가 적에게 납치되어 버리면 그 땅에 뭍은 보물은 잊혀져서 영원히 묻혀 져 있다가 이처럼 우연찮게 발굴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아마 김학성의 어머니가 발견한 은도 아마 그런 연유였을 것이다.

은을 본 어머니는 뚜껑을 빨리 덮어버리고 제자리에 묻었다. 물론 이 장면을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그후 어머니는 그 집을 팔고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가 조그마한 오막살이에 정착하여 또 몇 년이 지나고 그 사이 아들 김학성이 과거에 급제한다. 어머니는 남편의 제삿날 음식을 차려놓고 오빠를 청한 다음 두 아들을 앉혀 놓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가장이 두 어린것을 미망인에게 당부하고 세상을 떠난 이후 행여 이것들을 옳게 키우지 못할까봐서 항상 두려워하였는데 이제 내가 늙어 백발이 되고 아이들 역시 훌륭하게 성장하여 아버지의 뜻을 계승하게 되었으니 이제 지하에서 남편을 보아도 할말이 있다.” 이어서 어머니는 옛날에 우연히 발견한 은을 도로 덮어두고 이사하였던 것을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아들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고 어머니, 왜 그걸 그냥 덮으셨습니까? 그것만 있었어도 어머니가 그렇게 고생하지 않하셨어도 되었고 우리도 그렇게 배를 골면서 자라지도 않았을것 아닙니까?” 그러자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것이었다. “재(財)는 바로 재(災)인데, 이유없이 큰 재물을 얻으면 반드시 재앙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사람은 반드시 궁핍한 것도 알아야 하는데 만일 너희들이 의식주 풍성한 환경에서 자랐더라면 안일(安逸)한 습성이 들어서 공부를 게을리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재물이란 땀흘려 수고한 다음에야 얻어져야 한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럼으로 내가 너희들 장래를 위하여 집을 옮기면서 스스로 단념한 것을 지금도 옳게 여기고있다. 지금 집에 저축된 약간의 재산은 모두가 내 열 손가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니 어쩌다가 우연찮게 얻은 재물과는 비할 바 없이 소중한 것이다.” (출처: 장지연 선생이 편찬한 逸士遺事)

가끔 우리는 우연히 산 로토가 당첨되어 몇 억 달라를 손에 쥐었다던가, 아니면 우연히 줏은 큰 가방에 백달러 짜리 지폐가 가득히 들어있다거나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한다.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이 “180만에 하나” 이라는데 우리는 “같은 벼락이라도 돈 벼락 한번 맞어 봤으면 좋겠다고” 깔깔대며 말한다. 그런데 필자는 과문한 탓인지 갑짜기 재물이 쏟아져서 행복해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복권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받았다가 결국 패가망신을 한 사람, 막대한 유산 때문에 원수가 된 형제, 뜻밖에 돈 가방을 줏었다가 갱단의 추격을 받은 사람. 상표를 도둑질하여 짝퉁 상품으로 돈을 번 사업가, 부정한 방법으로 고객의 돈을 가로챈 변호사, 세금을 포탈하고 쇠고랑을 찬 기업가. 왕창 벌었다가 결국에 끝이 않좋았던 예를 들면 한도 끝도 없다. 그래서 김학성의 어머니는 “이유없이 큰 재물을 얻으면 반드시 재앙이 있다”고 아들들에게 훈계하는 것이다.

어머니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깊이 새긴 김학성은 당시 당파싸움과 관료들의 부패 소용돌이에서도 근검과 정직으로 매사에 임하여 벼슬은 시교(侍敎), 부제학(副提學), 그리고 요즘 서울시장 격인 한성판윤을 거쳐서 호조판서 이조판서를 역임하고 청백리로 그 이름을 남겨서 효정공(孝貞公)으로 추증되었다.

필자는 부자가 된다거나 출세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땀을 흘린 댓가로 분수껏 사는 것이 축복된 삶이라고 요즘 많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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