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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줌의 흙을 비웃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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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빌론 공중정원)


필자는 요즘 고전을 읽으며 구약성경에 나오는 키루스(고레스)에 푹 빠져 지낸다.

기원전 6세기 경, 키루스 왕의 페르시아는 메디아라는 강력한 제국의 아주 조그만 속국에서 부터 출발해서 주인 나라인 메디아를 흡수하고, 인접 강국인 아시리아를 정복하고, 당시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리디아(오늘날의 터키)를 또 정복하고, 그 여세를 몰아서 바빌로니아까지 병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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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함락)


그런데 키루스 대왕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정복자의 이미지와는 달리 포용과 관용으로 피정복민들을 다스렸고, 그들의 인권과 문화와 종교를 존중했다. “나 여호아가 이같이 말하노라 바빌론에서 칠십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권고하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실행하여 너희를 이곳에 돌아오게 하리라”(렘 29:10). 키루스는 바빌로니아의 왕 나보니두스의 폭정을 구실 삼아서 바빌로니아를 쳐서 정복한 다음 포로로 잡혀간 이스라엘 백성들을 고국으로 돌려 보내고, 에루살렘 성전 재건을 명함으로 성경에서 말한 예언을 성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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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에 입성하는 키루스)


구약성서 이사야서를 쓴 이사야는 키루스(고레스)가 태어나기 150년 전 사람이다. 그런데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은 키루스(고레스)의 이름을 정확하게 집어 내면서 바빌론의 점령을 그림으로 그려내듯 묘사한 것이다. “주께서, 기름을 부어 세우신 이에게 말씀하신다. 고레스에게 말한다. 내가 그의 오른손을 굳게 잡아, 열방을 그 앞에 굴복시키고, 왕들의 허리띠를 풀어 놓겠다. 그가 가는 곳 마다 한 번 열린 성문은 닫히지 못하게 하겠다.” (이사야 45:1).

당시 바빌론은 넓고 깊은 유프라테스 강이 천연 해자( 垓子)가 된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헤로도토스에 의하면 유프라테스 강이 도시 가운데로 흐르고 있었고, 강을 따라 세워진 안쪽 성벽에는 성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사용되는 많은 구리 성문이 있었다. 그러나 키루스는 강줄기를 나누어서 물이 딴 곳으로 흐르게 해서 수위(水位)를 낮추고, 왕으로부터 종교 탄압을 받던 마르둑(당시 바빌론 종교) 제사장과 미리 내통하여 성문을 열도록 해서 바빌론을 쉽게 점령한다. 기원전 539년 일이다.

그 후로 200년 쯤 지난 다음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 다리우스 3세를 추격하다가 페르시아의 첫번 째 수도 파사르가다에(페르시아어: پاسارگاد)에 있는 키루스의 무덤을 찾았다. “이것이 그렇게 유명한 키루스 대왕의 무덤인가?” 검소하다 못해서 너무 초라한 무덤을 보고 알렉산더는 놀랐다. 무덤에 이렇게 써있었다. “여보게, 자네가 누구던 그리고 어디서 왔던, 나는 자네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네. 나는 페르시아 제국을 건국한 키루스라네. 나의 뼈를 감싸고 있는 이 한 줌의 흙을 비웃지 말게나. 아무리 제왕이라도 결국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가기 마련이다. 나 또한 여기서 빈 손으로 가고 이렇게 작은 쉼터에서 쉬고 싶을 뿐. 이름 모를 제왕이여, 그대는 나의 잠을 깨우지 말기를. 빈손으로 가는데 화려한 보물이 뭐하려 필요하겠는가? 어짜피 그대도 빈손으로 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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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 대황 무덤의 원래 모습)


알렉산더는 이 무덤위에 써있는 글에서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나중에 자신도 임종 시 자기 두 손을 관에서 꺼내라고 유언하였다. 온 세상을 지배하였던 자기도 세상을 떠날 때는 이렇게 빈손으로 가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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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란에 남아있는 황폐된 키루스 대황의 무덤)


세상 재물은 살아있는 동안 잠시 맡아있는 것이다. 어차피 내것이 아닌 다음에야 많이 맡았다고 자랑할 것도 없고 적게 맡았다고 섭섭해 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이 우리 각자의 주어진 그릇에 따라 맡겨진 달란트일 뿐. 그보다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하루하루가 바로 축복이고 은총임을 깨닿고 다만 열심히 일하고 겸손하게 살 것이다. 그리고 때가 이르면 가볍게 떠나는 것이다.

이슬람 전승에 의하면 구약성경 다니엘 서를 쓴 다니엘은 키루스의 외삼촌이란다. 키루스는 기원전 530년 카스피 해 동쪽 중앙아시아 유목민인 마사케다이 족과 싸우다가 전사하고, 아들 캄비세스 2세가 왕위를 이어받아 기원전 525년에집트를 정복한다. 그리고 키루스의 7촌 조카가 되는 다리우스 1세 때 페르시아 제국은 최 전성기를 이루었지만 키루스의 관용과 포용의 정신은 나라가 커지고 영토가 확장될 수록 오히려 퇴조한다.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 에피소드였던 영화 <300>에 나오는 페르시아 의 네번 째 왕 크레이크세스(Xerxes)는 키루스의 외손자로 성경에 나오는 에스터의 남편이다. 영화에는 무슨 괴물같이 나오지만 그것은 허리웃이 만든 케럭터일 뿐, 실제로는 핸섬한 풍모에 야망이 크고. (조금 변덕스럽기는 했다지만) 학식과 경륜이 높은 왕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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