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4 14:34
해마다 이맘 때쯤 당신께 바치는 나의 기도가 그리 놀랍고 새로운 것이 아님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얼음도 풀리는 봄의 강변에서 당신께 드리는 나의 편지가 또다시 부끄러운 죄의 고백서임을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살아 있는 거울 앞에 서 듯 당신 앞에 서면 얼룩진 얼굴의 내가 보입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나의 말도 어느새 낡은 구두 뒤축처럼 닳고 닳아 자꾸 되풀이할 염치도 없지만 아직도 이 말 없이는 당신께 나아갈 수 없음을 고백하오니 용서하소서 주님! 여전히 믿음이 부족했고 다급할 때만 당신을 불렀음을, 여전히 게으르고 냉담 했고 기분에 따라 행동했음을, 여전히 나에게 관대했고 이웃에겐 인색 했음을, 여전히 불평과 편견이 심했고 쉽게 남을 판단하고 미워했음을, 여전히 참을성 없이 행동했고 절제없이 살았음을, 여전히 말만 앞세운 이상론자 였고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였음을 용서하소서. 주님!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 하셨습니다. 이 사십일만이라도 거울속의 나를 깊이 성찰하며 깨어 사는 수련생이 되게 하소서. 이 사십일만이라도 나의 뜻에 눈을 감고 당신 뜻에 눈을 뜨게 하소서! 때가 되면 황홀한 문을 여는 꽃 한송이의 준비된 침묵을, 빛의 길로 가기 위한 어둠의 터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내 잘못을 뉘우치는 겸허한 슬픔으로 더 큰 기쁨의 부활을 약속하는 은총의 때가 되게 하소서. 재의 수요일 아침, 이마 위에 얹어진 재처럼 일상의 회색 빛 근심들을 이고 사는 나, 참사랑에 눈 뜨는 법을, 죽어서 사는 법을 십자가 앞에서 배웁니다. 주의 진리로 나를 새롭게 하소서!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에 이 기도 올려드립니다: “주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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